[홍찬식 기자] 한국화가 고암 이응로화백(1904∼1989)의 「문자추상」그림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회고전이 마련된다. 25일부터 3월9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02―734―8215)에서 열리는 「고암 이응로의 문자추상 1960∼1980」전에는 유럽무대에서 널리 인정받은 「문자추상」 그림 40여점이 출품된다. 「문자추상」이란 이화백이 한글과 한자의 형상에다 한국화의 선을 응용해 만든 추상화를 뜻한다. 외국의 추상화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우리 민족의 고유한 추상화를 만들어 내겠다는 포부에서 시작됐다. 특히 모든 문자속에는 그 민족 나름대로의 조형의식이 깃들어 있다는 전제가 바탕이 됐다. 그가 60년대초부터 시도한 이 문자추상은 여러 실험과정을 거쳐 80년대까지 활발히 제작됐으며 오늘날 평론가들에 의해 그의 대표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했던 그는 우리 화단의 거목으로 꼽혔으나 동백림사건과 백건우 윤정희 부부 납치사건에 연루돼 국내에서 개인전을 갖지 못하는 등 국내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지난 89년 타계 이후 호암갤러리에서 두차례 회고전이 열렸으며 문자추상만을 모은 전시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출품작은 파리에 살고 있는 미망인 박인경씨(화가)가 소장중인 미공개 작품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