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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 프리즘]KBS 간판급 아나운서 퇴사바람

입력 | 1997-02-26 20:15:00


[김갑식 기자] 「KBS의 얼굴이 흔들리고 있다」. 각종 프로에서 MC와 앵커 등 진행자로 활약하며 방송사의 얼굴노릇을 했던 아나운서들이 잇따른 프리선언과 사표제출, 3월 개편에 따른 대규모 이동으로 지각변동을 맞고 있는 것. 「아침마당」으로 주부층에 폭넓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정은아아나운서에 이어 손범수 오영실아나운서도 프리랜서로 활동할 것을 선언했다. 특히 손아나운서는 「가요톱10」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등을 진행하며 남성 아나운서중 간판으로 활동해와 파장이 클 전망이다. 손씨는 『지난 24일 사표를 제출했는데 3월2일자로 수리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급변하는 방송환경 속에서 자생력 있는 「프로」가 되고 싶다』고 프리선언의 배경을 밝혔다. 김자영아나운서 등 몇몇 아나운서도 프리선언의 형식은 아니지만 방송사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동시파업 뒤에 실시된 KBS의 인사에서 지방근무 명령을 받고 사표를 제출했다. 회사측은 『순환근무 원칙에 따른 인사』라는 입장이지만 일부에서는 『파업참가에 대한 보복성 인사』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같은 탈방송화 바람은 과거 「방송의 꽃」으로 불리며 각광을 받던 아나운서직 자체가 방송환경의 변화로 점차 영역이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관계자는 『업무특성이나 방송사의 현실을 고려할 때 아나운서들이 관리직 등 다른 분야에서 성장할 가능성은 극히 적은 편』이라며 자조했다. 또 케이블 TV와 지역민방의 출범 등으로 생긴 MC의 수요확대와 상대적으로 높은 개런티, CF수입도 「안정성은 있지만 기회가 제한된 방송사」로부터의 탈출을 유도하고 있다. 뉴스 프로를 담당하는 앵커보다는 교양오락프로의 인기 MC를 중심으로 『위험부담은 있지만 젊을 때 프리랜서로 승부를 걸자』는 의견이 많다. 또 지난 25일 보도와 간판 오락프로들을 중심으로 한 황현정 장은영씨 등 대규모의 진행자 교체는 아나운서의 전문성을 고려하기보다는 파업에 따른 물갈이의 성격이 짙어 이들의 위기의식을 심화시키고 있다. KBS의 한 아나운서는 『파업이후 동료들의 프리선언과 사표제출에 이어 3월 개편까지 맞물려 아나운서실은 어수선하다』면서 『몇몇 간부를 제외한 대부분이 프리선언 등 진로와 관련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몇년간 이계진(SBS) 원종배(KBS) 한선교씨(MBC) 등 아나운서들의 「홀로서기」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프리선언의 바람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