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헌기자] 「한보사태」의 여파로 온나라가 술렁이는 가운데 하키인들의 때묻지 않은 하키사랑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회장사인 한보그룹의 재정지원이 끊기자 대한하키협회는 26일 심재원부회장 등 3명의 부회장과 박영조전무가 2백50만원씩을 내고 20명의 이사들이 각각 50만원을 보태 다음달 열릴 봄철 하키대회 운영경비 2천만원을 차질없이 달성한 것. 하키협회는 이와 함께 70여개 참가팀에 대회사상 처음으로 10만∼20만원의 참가비를 받고 대회임원들은 호텔이나 여관대신 각자 집에서 숙식을 해결토록 하는 등 「초긴축안」을 세웠다. 사실 하키협회는 체육계 내부의 한보파문관련 최대피해자. 지난달 한보그룹 정보근회장이 협회장으로 재선임된 뒤 올해 5억원을 협회에 찬조키로 약속했으나 한보사태가 불거지면서 지원이 끊겼다. 당장 협회 사무국 운영과 국가대표선수들의 해외전지훈련비용 등 기본경비를 마련할 길이 없어 은행에서 1억원을 대출받았으나 이 돈 역시 거의 바닥을 드러낸 상태. 이 때문에 오는 28일 월드컵예선에 참가하기 위해 출국하는 남자국가대표팀은 과거와 달리 단장과 주무 등 경기지원요원을 생략하고 출전선수와 코칭스태프만의 초미니선수단을 꾸렸다. 협회의 이같은 난국타개방안은 지난 91년 수서사건을 겪으면서 쌓은 나름의 노하우가 바탕이 됐다. 당시 정태수회장이 구속되면서 재정지원이 중단되자 하키인들이 주머니를 털어 국내대회를 치러냈던 것. 협회 양성진사무국장은 『대회개최를 유보하자는 주장도 있었으나 우리 힘으로 어려움을 헤쳐가자는 견해가 대세였다』며 『별도의 스폰서가 나타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예정된 행사는 자체비용으로 조달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