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노동법 재개정 논의에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다. 노동법은 필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무시하고 개정될 수는 없다. 현재 우리 기업은 자본 기술 경영 토지 임금 등 어느 하나 제대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실정이다. 이런 현실에서 정리해고제와 복수노조 등 노동법 재개정의 주요쟁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정리해고제 도입과 관련해 노동계는 근로자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제도로 인식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리해고제는 세계적으로 이미 일반화돼 있기에 우리도 제한적으로 도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생산성 경쟁에서 살아남자면 공장자동화는 필수적인데 이는 바로 정리해고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정리해고자에 대한 생활배려 책임을 기업이 부담하느냐 정부가 지느냐에 있다. 국제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산업구조조정이나 공장자동화로 정리해고되는 근로자의 생활보장을 기업이 담당할 수는 없는 실정이니 결국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국가가 고용보험제와 직업훈련체제 등 정리해고제 도입을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를 동시에 검토해야 한다. 한편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복수노조를 도입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복수노조 도입은 경제에 대한 중대한 실험인데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리라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래 복수노조란 기업별노조가 아니라 산업별노조 또는 직종별노조를 전제로 하며 노조의 재정자립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기업별노조에서 단위사업장별 복수노조를 인정한다면 노조나 기업이나 효율적이지 못할게 분명하다. 더구나 기업이 경쟁력을 현저히 잃어가는 상황에서 복수노조 도입을 통한 새로운 경제실험을 할만한 여유가 우리에게는 없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산업별노조로의 이행을 전제조건으로 상부연합단체에만 복수노조를 인정하는 편이 타당하리라고 본다. 특히 이번 재개정 논의에서 또다시 정치논리나 법논리만 앞세워서는 곤란하다. 기업의 경쟁력은 사라졌는데 이상적인 노동법만 남는 공허한 상태를 불러와서는 안될 것이다. 핵심은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제도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어떤 내용이 근로자 또는 사용자에게 유리한가 하는 선택의 문제는 결코 아니다. 기업이 살아야 근로자도 좋은 노동법의 보호대상이 될 수 있다. 이학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