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두기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오는 7일부터 경기 구리에서 벌어지는 97구리장사씨름대회를 앞두고 이태현(청구)과 신봉민(현대)이 샅바를 다시 고쳐매고 있다. 지난 94년 나란히 민속씨름판에 첫 선을 보인 둘은 데뷔 첫해 나란히 백두장사에 오르며 모래판 「간판주자」로 떠올랐다. 특히 이태현은 데뷔 2년째인 95년에는 다섯차례의 지역장사대회중 네차례 타이틀을 휩쓸며 「모래판제왕」으로 흔들림이 없었다. 또 신봉민은 비록 지역장사에는 오르지 못했으나 당시 이태현의 단골 결승상대로 이태현을 제외하고는 적수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들의 아성은 95년 김경수(LG증권)가 등장하며 뿌리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김경수는 데뷔 첫해 마지막 지역장사대회인 원주지역장사대회에서 첫 정상에 오른 뒤 한달뒤에 벌어진 천하장사대회에서도 이태현을 꺾고 우승, 모래판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것. 자존심이 상한 이태현과 신봉민은 지난해 「타도 김경수」를 외치고 설욕전에 나섰으나 지난해 11월 천하장사에 이어 올 2월 설날장사대회에서 잇달아 김경수의 정상등극을 바라봐야만 했다. 따라서 벼랑끝에 몰린 이들에게 이번 구리대회야말로 배수진을 칠 수밖에 없는 상황. 이태현은 비록 지난해 김경수와의 상대전적에서 3승4패로 밀렸으나 매번 기술보다는 기(氣)싸움에서 뒤졌다는 분석아래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정신력강화에 집중해왔다. 반면 김경수와의 지난해 전적에서 4승2패로 유일하게 우위를 보였던 신봉민의 올해 가장 큰 과제는 이태현의 벽을 넘는 것. 지난해 이태현과의 상대전적에서 1승3패의 열세를 보인 것에서 알 수 있듯 번번이 이태현의 벽에 막혀 결승진출이 좌절됐기 때문. 이번 구리대회에서도 신봉민은 이태현과 준결승에서 맞붙게 돼 있어 신봉민이 「이태현 콤플렉스」를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