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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세계]음식 안남기기 『희비 교차』

입력 | 1997-03-03 08:33:00


[이영이 기자] 삼성물산 패션전문점 「유투존」의 사원 K씨(28·여)는 올초부터 다이어트 방법을 바꿔야 했다. 그동안에는 다소 「볼륨있는」 몸매 때문에 음식은 우아하게 조금만 먹은뒤 30%는 남긴다는 원칙을 지켜왔었다. 그러나 작년말 사원식당에서 「음식 남기지 않기」운동이 시작되면서 따가운 눈총의 표적이 됐다. 게다가 식기반납구에 있는 저울앞에 가면 어김없이 그날의 「죄값」을 치러야만 했다. 남긴 음식이 50g을 넘어서면 무조건 5백원씩 벌금을 내도록 돼있다. 그래서 요즘엔 음식을 담을때 조금만 담아온다. 이미 떠놓은 음식은 가급적 적은 것을 택한다. 그래도 안되면 염치불고하고 먹성좋은 동료사원에게 음식을 듬뿍 덜어준다. 하루 평균 6백여명이 이용하는 서울 명동의 유투존 사내식당은 「음식 남기지 않기」를 시작한후 한 사람이 남기는 음식이 종전의 1백20g에서 20g으로 6분의1 수준이 됐다. 하루 음식물 쓰레기도 종전의 72㎏에서 12㎏으로 줄었다. 제일제당 사원들은 요즘 「음식 남기지 않기」운동 덕분에 주머니사정이 좋아지고 있다. 매주 금요일마다 사원식당에서 음식 남기지 않는 사원들에게 할인쿠폰을 주고 쿠폰4장을 모아오면 식사한끼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 「짠돌이」 L대리(30)는 『음식을 남기지 않으려고 반찬 종류를 적게 선택하니 식대를 줄이는데다 매달 한끼는 공짜로 먹을수 있기 때문에 한달평균 5천원이상이 절약된다』며 흐믓해한다. 평소 식사량이 많은 ㈜대우 K과장(35)은 사내식당이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운동을 추진하면서 기본반찬류를 각자 떠먹도록 하고 밥도 대 중 소로 구분해 놓아 오히려 신이 난다. 예전에는 매번 배식구에서 「좀 더 달라」 「한그릇 더 먹겠다」며 눈치를 봐야 했지만 이젠 양껏 먹으면서도 깨끗이 먹는다고 격려까지 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떳떳한가. 뿐만 아니라 한달후부터는 음식을 남긴 사원은 아프리카 난민을 돕는 「사랑의 빵」저금통에 5백원 이상의 벌금을 내게하고 깨끗이 먹은 사원에겐 디저트까지 준다니 식당가기가 더욱 즐거워졌다. 「음식은 조금 남기는게 예의」 「접대는 조금 많은 듯 싶게 하는 것이 최상」이라는 식문화가 아직 뿌리깊지만 직장내에서 조금씩 움트고 있는 「음식 남기지 않기」운동은 직장인들에게 건강하고 합리적인 식습관을 심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