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현 기자] 『엄마랑 함께 책을 골라서 읽으니까 재미있어요』 경기 성남시 분당구 효자촌 동아아파트 201동 102호의 「가족 도서관」을 찾은 초등학교 5학년생 신예본어린이(11)의 말이다. 예본이가 그림책을 들춰보고 있는 4평 남짓한 방안에는 대형서가 4개에 1천여권의 그림책과 5백여개의 비디오테이프, 2백여개의 CD롬타이틀 등이 찾아보기 좋게 진열돼 있다. 가족도서관(0342―701―1406)의 관장격인 김영숙씨(30)는 딸 이진솔(6)과 아들 현호(2)를 둔 결혼 6년째인 주부. 대학에서 도서관학을 전공한 김씨는 『결혼전부터 생활공동체운동에 관심이 많았고 전공을 살려 어린이 도서관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95년말 같은 생각을 가진 대학선배 김재숙씨(42) 등을 만나면서 마음을 굳히게 됐다. 남편 이중광씨(34·건설기술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도서관 개관준비를 시작했다. 그러나 장소를 구하는 데서부터 벽에 부닥쳤다. 『동사무소 등 공공기관에서 장소를 빌리려다 실패한뒤 시부모님의 허락을 얻어 함께 사는 48평형 아파트의 문간방을 도서관으로 꾸미기로 결심했죠』 비슷한 시기에 선배 김씨도 강남구 개포동 자기집에 「초록공간」(02―572―9973)을 열었고 「함께 크는 우리」라는 단체를 만들어 회지도 발간하기 시작했다.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책과 비디오테이프 등 각종 자료를 장만하느라 1천5백만원짜리 적금을 깨 지난해 2월 드디어 도서관을 열게 됐다. 김씨는 도서관 운영에서 중요한 점으로 「자료선정」을 꼽는다. 어린이의 정서에 도움이 되는 책과 비디오를 고르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쓴다는 것. 신문의 어린이책소개 등 관련정보를 빠짐없이 모은다. 가입비 1만원에 매달 2만원의 회비를 받고 책과 비디오를 숫자나 기한에 제한이 없이 빌려준다. 도서관이 개방되는 화 수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집안은 세살짜리부터 초등학교 고학년생까지 10여명의 어린이들로 왁자지껄하다. 현재 주로 분당지역에 사는 주부회원이 30여명. 초등학교 자녀 2명의 엄마인 윤영실씨(38)는 이곳에서는 「그림책 읽어주는 엄마」로 통한다. 윤씨는 『그림책을 스캐너로 컴퓨터에 입력해 모니터에 띄워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고 말한다. 매주 한두번씩 요리만들기 그림그리기 종이접기 등 주부회원들이 장기를 살려 아이들을 지도하고 자녀교육과 관련된 책을 읽고 토론도 한다. 김씨는 『좁은 공간과 빈약한 재정때문에 운영에 어려움이 많지만 주부와 어린이들을 위한 「열린 공간」을 만들어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