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김창희기자] 체코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복병이 바로 이중가격이다. 프라하 관광 길에 지친 다리도 쉴 겸 카페에 들러 생맥주 한잔을 시키면 50코루나(약1천6백원). 내국인들이 15코루나만 지불하는 모습을 보며 항의해도 소용없다. 50코루나라고 적힌 영어 또는 독일어 메뉴를 들이미는 데에는 할 말을 잃고 만다. 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1.5㎞를 가면 3백50코루나. 그러나 내국인들은 이 정도 거리를 가면 많아야 1백코루나 정도만 내면 된다. 또 조금 고상한 문화를 맛보기 위해 오페라나 국립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찾아가도 어김없이 세배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물론 서방의 가격수준과 비교하면 비싸다고만 할 수는 없다. 바로 여기에 이중가격의 근거가 있다. 관광객들은 어차피 자국에서와 비슷한 서비스를 받으니 불평할 이유가 없다는 식이다. 게다가 체코 입장에서는 연간 35억달러의 관광수입이 경상수지 적자를 메워주는 효자노릇을 하는데다 매년 프라하를 찾는 1억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이중가격을 시정한다는 것은 당분간 기대난(期待難). 그러나 어디에나 길은 있는 법이다. 약간의 현지취재를 통해 현지 샐러리맨들이 주로 이용하는 뒷골목의 식당을 찾아내면 포크찹 스테이크에 푸짐한 샐러드까지 곁들인 훌륭한 점심식사를 단돈 1백코루나에 즐길 수 있다. 관광객 상대의 식당에서는 3백코루나 이상가는 메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