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기자] 「꾀돌이」 유남규(29·동아증권·세계랭킹 16위)가 달라졌다. 국내최고의 두뇌플레이어로 불리는 유남규는 5일 세계선수권대회 파견 대표최종선발전에서 이철승(삼성증권), 추교성(동아증권) 등 현대표선수들을 차례로 꺾고 7전전승을 기록, 1위를 확정지었다. 유남규는 이번 선발전을 통해 풍부한 경기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련미와 함께 서비스에 이은 날카로운 3구공격의 위력이 되살아나 전성기에 못지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특히 이철승과의 경기에서는 먼저 두 세트를 따낸 뒤 내리 두 세트를 내주며 위기에 몰렸으나 막판에 끈질긴 투혼을 발휘, 듀스까지 가는 접전을 승리로 매듭짓는 등 달라진 면모를 보였다. 유남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습량 부족과 정신력 해이를 드러내며 무명선수에게도 무릎을 꿇는 등 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해 「한물갔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은 그의 오기를 발동시켰고 승부근성으로 이어졌다. 후배인 김택수(대우증권)와 오상은(삼성증권)이 대표2차선발전을 면제받은 것도 자존심을 자극하는 계기가 됐다. 유남규의 재기로 가장 큰 힘을 얻은 것은 대표팀 코칭스태프. 세계선수권대회를 한달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유럽선수에 강한 유남규가 가세함으로써 단체전 선수기용에 한결 여유를 가지게 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