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재 기자] 방송계 최고 권위기구인가, 종이호랑이인가. 지난 81년 공영방송 체제 출범에 맞춰 설립된 방송위원회(위원장 김창열)가 7일로 창립 16돌을 맞았다. 하루 앞선 6일 방송위원 9명과 사무처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기념식을 갖고 생일을 자축한 방송위는 이미 지난 2월말 올해 우리 방송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방송의 운용 편성에 관한 기본정책」을 확정, 각 방송사에 통보한 바 있다.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대통령 선거방송의 공적 책임 완수. 방송위는 선거보도와 관련, △객관성 공정성 정확성을 유지하고 △유권자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며 △선거 여론조사의 경우 정확한 결과가 나오도록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방송위는 또 방송사가 자체 심의기능을 강화해 방송 심의규정을 준수할 것과 무분별한 간접광고 및 협찬방송의 자제를 당부했다. 그러나 방송위 수뇌부가 『올 여름경 대선방송 심의특위를 구성해 선거보도 감시에 나서겠다』며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 방송위 스스로도 명목상 방송계 최고기구인 자신들의 지침이 방송사에는 「종이 호랑이」로 비치고 있다는 무력감을 좀처럼 떨쳐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방송위가 아무리 「공정보도」와 「품위있는 방송」을 외쳐도 정작 프로 제작 당사자인 방송사에 이같은 의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 지난해 공중파 TV와 라디오 프로가 심의규정 위반으로 방송위에 적발된 사례는 7백65건. 이는 95년의 6백16건에 비해 24% 늘어난 것이다. 방송위 심의가 활발해진 쪽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시청률(또는 청취율)을 의식한 방송사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방송위 제재가 「솜방망이」로 전락한 것이라는 분석이 좀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선을 앞에 두고 방송위 일각에서 한숨이 새어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15대 총선 당시 방송위는 72건의 위법보도를 적발해 △시청자에 대한 사과명령 10건 △경고 20건 △주의 42건의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뒤 방송뉴스는 어김없이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고 방송위도 『본연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방송위 관계자는 『야당은 「방송이 편파보도를 한다」며 적극 조치를 요구하고 여당은 「괜히 쓸데없는 일을 벌이려 한다」고 눈총을 보낸다. 방송사는 편성권 침해라며 맞서고 시민단체는 그들대로 방송에 대한 불만을 쏟아낸다』며 하소연했다. 방송위가 「종이호랑이」라는 비아냥을 극복하려면 방송사 재허가 결정권이 부여돼야 한다는 게 위원회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