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신 기자]『명예퇴직과 정리해고로 요즘 많은 직장인들이 불안해 하는데 45년동안 한 직장에서 근무하고 후배들의 축복까지 받으며 은퇴했으니 얼마나 행운입니까』 지난 2월말 서울백병원 간호부장으로 정년퇴직한 이선숙씨(62)가 병원에 처음 들어온 것은 열일곱 꽃다운 나이. 6.25때 부상한 군인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 간호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자원해서 병원을 찾았다. 그후 차곡차곡 단계를 밟아 2백30여명 간호사들의 우두머리인 간호부장에까지 올랐다. 그동안 모신 병원장은 7명. 그녀가 근무한 45년 동안 「외과수술로 유명했던」 서울 명동의 자그마한 백외과는 인제대의대와 서울백병원 상계백병원 부산백병원 등 3개 종합병원을 거느린 병원그룹으로 성장했다. 『간호사는 「백의의 천사」라 해서 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직업입니다. 그렇지만 24시간 긴장 속에 사소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고 항상 친절과 미소를 잊지 말아야 하는 고달픈 직업이기 때문에 사명감이 없으면 하루도 견뎌내기 어렵습니다』 그녀는 4.19때 총에 맞아 실려온 학생들을 밤낮 가리지 않고 돌봐준 것과 자유당시절 張勉(장면)박사의 피격사건 현장에 달려가서 치료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