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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살아보니]모리 미야/판이한 「식사문화」

입력 | 1997-03-08 08:51:00


연세대 앞에 일본라면전문점 「간사이(關西)」를 연 지 1년3개월이 됐다. 가게를 하면서 한국인의 식사문화가 일본인의 그것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 가게는 한국인의 그런 식사문화와 싸워야 한다. 우선 한국사회에는 아직도 「국수는 끼니가 안된다」는생각이남아있다. 무엇보다도 한국인들은 인스턴트 라면에 너무 익숙해있다.심지어우리 가게의 종업원들도 밖에서 한국제 인스턴트 라면을 사다가 가게안에서 끓여먹기도 한다. 그러면 나는 『여기가 무슨 가게인줄 알텐데 그런 일을 하느냐』고 화를 낸다. 일본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소니 직원이 마쓰시타의 가전제품을 사는 일이 있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도 종업원들은 『이게 맛있는 걸 어떡해요』라고 말한다. 인스턴트 라면 대신에 생라면의 맛을 한국인들에게 가르쳐주는 것이 우리 가게의 과제다. 여러 손님이 함께 오면 이런 일도 있다. 가령 한분은 밥을, 다른 한분은 라면을 주문했다고 치자. 주방에서 밥과 라면을 동시에 내놓으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라면을 먼저 내놓으면 밥이나올때까지 두손님이 함께 기다린다. 라면은 뜨거울 때 먹어야 맛있는데도 그렇다. 내가 가서 『뜨거울 때 드세요』라고 권해도 먹지 않고 기다리곤 한다. 그럴 경우 일본인들은 『실례합니다』고 말한 뒤 라면을 먼저 먹는다. 인간관계가 진하다는 것은 한국사회의 좋은 점이지만 퍼진 라면을 먹는 것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커플 사이에는 남성이 여성에게 음식을 먹여주는 일도 있다. 나는 그것을 보는 것도 쑥스러운데 한국의 젊은 여성들은 잘 받아 먹는다. 남자가 여자의 핸드백을 메고 가는 장면도 가게 앞에서 곧잘 목격한다. 일본여자라면 부끄러워서 『그러지 마세요』라고 남자친구에게 말할 것이다. 핸드백은 여성만의 패션인데 그걸 남자에게 양보하는 것도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가게 주변이 온통 술집이어서 밤이 되면 시끄러워진다. 큰 소리로 싸우는 남자들, 비가 내리는 데도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젊은 여성들을 보는 것은 괴롭다. 모리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