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서 영어수업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예상대로 개선해야 할 대목이 속속 드러났다. 강사의 질을 높이는 일이 시급하고 학생들의 수준차이에 따라 교재도 다시 선정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어린이들이 영어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교육여건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방안이 시급하다. 초등학교 영어수업을 맡은 교사들은 미리 각 교육청 주관으로 1백20시간씩 연수를 받았다. 그러나 영어전공자가 아닌 탓에 전문강사로서 자질은 크게 떨어진다. 전국 초등학교 교사중에는 영어에 자신이 없다고 느끼는 40세 이상 연령층이 절반 가량된다. 앞으로 3년내 6학년까지 영어수업이 확대될 텐데 짧은 시간의 연수만으로 제대로 된 영어수업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연수시간을 대폭 늘리든지 영어를 잘 아는 학부모중 자원봉사자를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영어를 배우는 3년생중에는 학원이나 개인과외를 통해 간단한 회화까지 할 줄 아는 어린이들이 있는가 하면 소도시 농촌지역의 경우 알파벳조차 모르는 학생도 많다. 어떤 수준에 맞춰 수업을 해야 할지 교사들의 고민이 적잖다. 교재 역시 책 외에 녹음테이프 등이 있으나 아주 초보적인 것이어서 일찍 영어를 배운 학생들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 시청각교재 다양화와 분리수업여부도 연구과제다. 첫 영어교육이 이처럼 혼란스러워진 책임은 충분히 사전준비를 못한 교육당국에 있다. 교육부가 초등학교 영어수업 계획을 처음 발표한 것이 지난 95년 초의 일이므로 계획에서 시행까지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연구기관과 학자들의 졸속우려를 무시하고 강행한 결과다. 국제화시대에 조기영어교육은 불가피하다. 세계인들과 어깨를 맞대고 경쟁하려면 영어를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초등학교 영어교육은 이런 필요에 따라 기왕에 시작한 이상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학부모들은 늘 해오던 대로 영어학원 등 학교 밖에서 대안(代案)을 찾으려 할 것이다. 그에 따른 부작용과 엄청난 사교육비는 결국 국민 모두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이런 마당에 교육부가 영어수업을 받는 초등학생들이 별도로 영어학원을 다닐 경우 단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학원의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초등학교 정규교과목의 학원과외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정규과목이 된 영어의 학원과외는 안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는 그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교육부는 이번 영어수업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과제를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학원수강금지 문제는 명분보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조기영어교육이 원활히 이뤄지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