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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현철씨 한보증인채택 검토배경]『늦출수록 불리』판단

입력 | 1997-03-10 07:36:00


여권이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인 賢哲(현철)씨를 국회 한보사태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증인으로 내보내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어차피 맞을 매라면 일찍 맞는 게 낫다」는 생각 때문인 듯하다. 한보조사특위의 활동기간이 국회 회기와는 상관없이 국정조사계획서를 본회의에 보고한 날로부터 45일간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대선정국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하면 특위활동 개시를 늦출수록 불리하다는 게 여권의 판단이다. 특히 한보청문회가 신한국당의 대통령후보경선시기와 맞물리게 되면 붐조성은 거의 불가능해질 것으로 여권은 보고 있다. 따라서 한보조사특위 협상의 최대 걸림돌인 현철씨 증인채택 문제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특위활동을 하루빨리 개시하자는 분위기가 여권내에 광범위하게 조성된 것이다. 현철씨가 청문회 증인으로 나선다해도 검찰조사결과 이상으로 사실을 들춰내기는 힘들 것이라는 판단도 증인채택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게 된 배경 중 하나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청문회를 현철씨에 대한 갖가지 의혹을 불식하는 「해명의 장(場)」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한보사건과 관련한 시중 의혹의 「핵」인 현철씨를 청문회 증인으로 세우지 않을 경우 여론을 가라앉힐 수 없고 결국 대선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정치적 판단이 여권의 입장을 바꾸게 된 배경의 요체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철씨가 여론에 떼밀리다시피 청문회 증인으로 나서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특위조사에 응하는 게 낫다는 여권내 의견도 많다』면서 『또 본격적인 대선국면에 접어들면 야당이 현철씨 문제를 집요하게 이슈화할 것이 뻔한데 이번에 짚고 넘어가지 않을 경우 대응논리를 마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한 여권 관계자는 『차기정권에서 현철씨 문제가 재론돼 그때 청문회 증언대에 서는 것보다는 지금 서는 게 낫다』고 말했다. 물론 여권내에 반대논리도 없지 않다. 현철씨가 청문회 증인으로 나서면 야당이 비단 한보사건 뿐아니라 인사와 이권개입 등 현철씨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인격적 모독도 서슴지 않는 등 대대적인 정치공세를 펼 것이 분명한데 그렇게 될 경우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게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반대론자들은 또 한보청문회에 대해서는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야당도 부담을 느끼고 있으므로 현철씨 증인채택 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편다. 현철씨 증인채택 문제에 대한 여권의 최종적인 입장이 어떤 식으로 귀착될는지 아직은 속단하기 어렵다. 다만 여권이 현철씨를 증언대에 세우기로 결정하더라도 야당의 정치공세를 예방하기 위한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현철씨 증인채택과 관련한 여야협상과정 또한 우여곡절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열릴 한보조사특위 전체회의에서 신한국당측이 바로 야당측의 현철씨 증인채택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철씨 문제와 관련한 여권의 입장이 확실히 정리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의 내부협의와 대야(對野) 막후협상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