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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인성교육현장]외국인이 본 한국부모

입력 | 1997-03-10 07:36:00


나는 쇼핑하러 갈 때 아이를 데리고 가지 않는 편이다. 한국속담에 견물생심이란 말이 있지만 아무래도 새로 나온 장난감이며 학용품을 보게 되면 갖고싶은 것이 어린이 심리다. 아이로 하여금 갈등을 일으키게 하느니 아예 데리고 가지 않는 편이 나은 것같다. 장을 보러 갈 때도 집근처 이태원 보세상가나 동대문 남대문시장을 많이 이용하고 백화점에는 거의 가지 않는다. 어쩌다 한 번 백화점에 가 보면 0이 몇개씩 붙은 값때문에도 놀라지만 몇 만원씩 하는 장난감이나 몇 십만원씩 하는 아이들 옷을 덥석덥석 사주는 부모들 때문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한국 엄마들을 만나보면 로봇이나 인형시리즈 신제품을 TV에서 광고할 때마다 걱정이 된다고 한다. 그걸 본 아이들이 엄마를 조르기 시작하면 아이들 등쌀에 견디지 못해 사 주게 되는데 값이 보통 몇 만원이라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은 대신 오랫동안 집중하지 못해 끊임없이 새 것을 요구한다. 아무리 새 것을 사주더라도 아이의 욕심을 완전히 채워줄 수는 없다. 나는 우리 민수가 어렸을 때부터 사달라는 대로 사준 적이 없다. 가령 강아지를 사달라고 하면 왜 강아지를 원하는지, 강아지가 정말 필요한지를 계속 물어 그 돈으로 다른 것을 사면 더 쓰임새가 많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한남동의 외국인유치원에서 교사로 일하면서 아이들의 자제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훈련은 쉴새없이 바쁘게 만드는 것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바쁘면 떼를 쓸 여유가 없다. 〈필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를 졸업, 77년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83년 외국기업에 근무하는 한국인과 결혼, 외동딸 민수(10)를 키우면서 틈틈이 한국의 전래동화와 민담을 영어로 번안해 「토끼의 재판」 「호랑이와 곶감」 등 10권의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