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표 기자] 캠퍼스에 석좌(碩座)교수 붐이 일고 있다. 소설가 박경리씨(연세대), 소설가 조정래 시인 신경림씨(이상 동국대). 고려대도 폴란드의 전대통령 레흐 바웬사에다 언론인 박권상씨 노신영전국무총리 김만제포항제철회장 박춘호국제해양재판소재판관을 석좌교수로 모셨다. 석좌교수는 체어 프로페서의 번역이다. 미국에서는 재산가나 그 미망인이 대학에 큰 돈을 내놓고 특정분야 연구를 희망하고 대학은 돈 댄측의 이름으로 「케네디교수」 「록펠러교수」식으로 이름붙여 석학을 초빙한다. 급여가 파격적으로 높아 석좌교수가 되는 것은 연구자의 큰 영예다. 국내 대학의 석좌교수는 이런 미국식과는 거리가 있다. 서울대의 경우 석좌교수와 기금교수로 나누어 부르고 있다. 즉 석좌교수는 명망있는 국내외 원로석학(노벨상수상자 포함)을, 기금교수는 젊고 유능한 신진교수 혹은 현장 실무경험이 뛰어난 분을 모시기 위한 제도로 발표한 바 있다. 또 국내 사립대에서는 석좌교수를 다른 대학에서 물러난 원로나 각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긴 외부인사를 초빙, 강의에 깊이와 폭을 더하는 제도로 활용한다. 굳이 박사학위 소지자가 아니더라도 대학 강단에 설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교수 못지않은」 저명인사가 강단에 설 수 있게 됐다. 현재 10여개 사립대학에 60∼70여명이 있다. 고려대 국제대학원은 그동안 특강을 했던 외부인사중 학생들로부터 반응이 좋았던 사람을 중심으로 선정했다. 이화여대의 경우 석학과 석좌교수로 나뉘는데 차이점은 「모셔오는」 절차. 석학교수는 공채가 아니라 말 그대로 모셔오는 것으로 이어령교수가 해당된다. 반면 조순서울시장을 처음으로 모셨던 「석좌교수」자리는 위원회의 심의를 거친다. 사학의 석좌교수 대우는 보통 전임 정교수급이나 그 이상으로 연봉 4천만∼6천만원 정도. 계약은 6개월∼2년 단위로 이뤄진다. 강의시간은 천차만별이다. 연세대 이화여대는 주당 3시간 이상 강의가 원칙. 경기대 이문영교수는 6시간. 석좌교수 붐은 두 갈래 의문을 낳고 있다. 첫째, 각 대학이 저명인사를 경쟁적으로 유치해 대학 홍보거리로 삼는 경향이 있어 자칫 겉치레로 흐를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둘째, 석좌교수에게 지급하는 봉급의 상당부분을 기업 문화재단 등 외부기관 출연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점도 한국의 학문풍토에서는 문제로 지적된다. 돈을 대는 측에서 교수도 점찍어 주고 대학에서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실정이다. 사립대가 돈 마련의 방편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