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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이재선/외채 눈덩이… 의식개혁 급하다

입력 | 1997-03-10 07:36:00


국제수지적자가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외채마저 1천억달러를 넘어서자 우려의 소리가 높다. 총외채가 국민 1인당 2백만원에 육박하고 있으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겠다. 특히 구조면에서도 이자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어 더욱 심각하다. 국제수지적자의 근본이 무역수지에 있는 만큼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수출면에서는 국제 경쟁력이 있는 브랜드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실제로 국제수지적자 위기는 환율에까지 반영돼 원화가치의 폭락사태를 몰고 왔다. 문제는 원화가치가 하락하는데도 수출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가격경쟁력보다는 제품경쟁력이 우리 수출의 과제라는 사실을 증명해준다. 임금문제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가격경쟁력을 내세우는 값싼 제품으로는 결코 국제시장에서 승부할 수가 없다. 수입면에서 볼 때 보다 중요한 부분은 국민의 사고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무조건 외제 안쓰기 운동을 펴나갈 수는 없으며 정부가 앞장설 일은 더욱 못되는 형편이다. 하지만 민간이 스스로 나서서 범국민적인 캠페인을 벌여 나간다면 나아질 수 있다고 본다. 특히 현상황이 위기국면임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그런만큼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충분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어 외국에서는 「마약」과 같이 취급되는 수입담배가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지 않은가. 시민운동 차원에서 불매캠페인을 편다 해도 충분히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원화가치 하락이 이어진다면 우리의 자랑거리인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도 올해 안에 무너지고 만다. 우리의 노사관계가 오늘의 갈등사태를 빚고 있는 것도 공생공존을 택하기보다는 서로 적대시한 결과라는 풀이마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시민운동에서도 이러한 실수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물론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는 어려운 면이 있을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시민운동을 적대시해서는 곤란하다. 현재 시민운동은 회원들 스스로가 낸 회비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관변단체들은 정부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중요한 시점에는 나서지 않고 있으니 예산의 효과가 떨어지고 있지나 않은지 반성이 요구된다. 국민의식 역시 교육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백년대계(百年大計)」다. 민간이 앞장서 국민의식개혁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이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