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회평 기자] 우리나라에도 「쌍둥이적자」 시대가 오나. 정부 예산당국이 그동안 금기시돼온 「적자재정」을 본격 거론하고 나오면서 무역수지와 재정수지의 적자가 동시에 진행되는 쌍둥이적자의 폐해를 우려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정경제원 예산실이 제기한 적자재정 불가피론은 사회기반시설(SOC)투자의 당위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지난 92∼97년 재정규모는 연평균 14.7% 늘어왔으나 SOC투자는 평균 23.4%의 급증세를 보였다. 재경원은 물류비용감소 등 산업경쟁력을 위해서는 21세기 초반까지 이같은 SOC투자 증가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잠재성장률이 90년대의 7%대에서 2000년대로 넘어가면 4∼5.5% 수준으로 떨어져 세수감소가 불가피하다. 이같은 배경속에서 SOC채권 발행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高英先(고영선)연구위원은 『장기간 부담한다는 채권의 특성상 실수혜자인 다음세대와 부담을 나눠갖는다는 측면이 있다』면서 『그러나 발행규모가 과도할 경우 이자율을 올려 민간투자를 구축(驅逐)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방안이 도입되면 지난해부터 소폭적자로 돌아선 통합재정수지의 적자폭이 대폭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적자재정은 미국 일본 독일 영국등 선진국에서 보듯이 국가경제의 탄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정부 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가뜩이나 지난해 2백6억달러(통관기준)에 달하는 눈덩이 무역적자로 수출산업부문이 크게 위축돼 있는 판이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차제에 재정운용방식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는 적극적인 입장도 제시되고 있다. 재경원 관계자는 『재정운용은 호경기 때는 긴축, 불경기 때는 지출확대로 경기조절을 해줘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과열될 때는 세수(稅收)가 좋다고 더쓰고 불황 때는 묶는 식으로 경기동행적으로 움직여 왔다』면서 『균형예산이라는 도그마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정지출은 한번 늘리면 다시 줄이기가 어렵다는 경직성 때문에 일단 적자재정으로 돌아설 경우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적자재정이란 재정은 곧 나라살림이다. 정부는 매년 세금 벌과금 수수료로 마련한 돈, 즉 세입으로 국방 사회개발 경제개발 일반행정 등 나라를 유지 발전시키는데 필요한 돈(세출)을 지출한다. 세입 세출이 어느정도 균형을 이루지 않으면 국가경제에 부담을 준다. 세입보다 세출이 많은 적자재정 상태에서 적자를 메우기 위해 한국은행에서 돈을 빌려올 경우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고 외국에서 돈을 끌어오면 외채부담이 가중된다. ▼선진국 사례 [김회평 기자] 미국은 쌍둥이적자로 고통을 받아온 대표적 사례. 지난해 무역적자는 1천6백66억달러, 재정적자는 1천1백70억달러에 달했다. 최근 5년간 경제가 나아졌지만 수출이 늘어나는 만큼 수입도 증가, 무역적자는 줄지않고 있다. 그러나 93년 클린턴정부 출범때 연간 2천5백억달러에 달했던 재정적자는 연방정부비용절감, 국방비와 복지비용 삭감 등으로 많이 줄었다. 일본은 세계 최대의 무역흑자국이지만 재정은 국내총생산(GDP)대비 적자규모가 7.4%나 돼 1.6% 수준인 미국보다도 훨씬 심각하다. 지난 60, 70년대 오일쇼크 등을 겪으며 경제활성화를 위해 대량의 국채를 발행했고 지난해에는 13조엔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쓴 것이 주원인. 2002년까지 적자율을 3%선으로 줄이기 위해 연간 3조엔씩 공채를 삭감해야 한다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지난 89년 흑자로 돌아섰던 재정수지적자가 통일 후유증으로 급증, 지난해에는 GDP의 3.9%인 7백38억마르크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무역수지는 흑자기조. 이밖에 영국 프랑스 등도 GDP의 3∼5%의 재정적자를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