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이 기자] 굴지의 재벌사 제품보다 해외에 더 잘 알려진 중소기업 브랜드가 있다. 중소기업 홍진크라운이 만든 헬멧「HJC」는 미국 오토바이족 10명중 4명이, 캐나다에서는 2명중 1명이 사용한다. 최근 미국의 오토바이전문지인 「모터사이클」이 전국 판매업자 2백2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0%가 가장 잘팔리는 브랜드로 HJC를 꼽았다. 일제 이탈리아제를 큰 차이로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얼마전「써록」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로 가죽의류와 오토바이 통신장비제품을 내놓았더니 바이어들이 브랜드명을 HJC로 바꿔달라고 야단이었다. 성화에 못이겨 HJC로 바꾸자 날개 돋친듯 팔려나갔다. 홍진크라운은 해외진출 10여년만에 북미와 호주에서 최고브랜드로 떠올라 헬멧 단일품목만으로 연간2천5백만달러를 수출하고 있는 「작은 거인」. 이 회사 洪完基(홍완기·57)사장은 『HJC의 성장배경에는 품질 및 가격이외에도 독특한 마케팅방법이 있다』고 자랑한다. 지난86년 처음 미국시장에 진출할 당시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수출유혹을 뿌리치고 자체브랜드를 키우기로 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것. 『OEM수출은 바이어가 언제든지 싼 생산자를 찾아 떠나지만 자체브랜드가 있으면 생산자가 바이어를 선택할수 있지요』 홍사장은 특히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서는 거래처와 공급물량을 제한하는 판매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너무 거래처가 많으면 판매업소간에 가격경쟁이 심해지고 제품의 마진이 낮아져 판매업자들에게 인기를 잃게 된다는것. 또 주문이 온다고 여기저기 물건을 깔아놓게 되면 브랜드이미지가 떨어져 장기적으로는 손해라는 얘기다. 그래서 홍진크라운은 지금도 미국에서는 중부 동부 서부의 바이어 세사람하고만 거래를 한다. 소비자가격 결정의 주도권도 그가 쥐고 있다. 나머지 30여개국에서도 1국1거래처 원칙을 철저하게 지킨다. 물론 진출초기 어려움도 많았다. 샘플을 만들어 팔러다닐때마다 헬멧의 디자인과 기술이 너무 뒤떨어져 바이어들의 비웃음을 샀다. 미국표준규격을 따기 위해 홍사장의 동생인 洪秀基(홍수기·52)부사장이 2년간 미국에 머물며 고생했으나 검사에서 수십번 떨어지기도 했다. 열성에 감복한 규격인증기관 책임자가 친절하게 제품개선방법을 가르쳐주었다. 50여종의 헬멧을 생산하고 있는 지금은 세계각국에서 9개의 국제규격품질인증을 받아놓았다. 홍진크라운의 눈부신 성장으로 일본의 대기업인 야마하는 아예 헬멧생산을 포기하고 홍진에서 수입, 판매만 대행하고 있다. 일본시장에는 「롤반」이라는 상표로 올해 2백50만개를 수출할 예정이다. 오는 2000년까지 선진5개국 시장점유율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는 홍진크라운은 올초 중국북경의 생산판매법인을 가동하면서 새로운 의욕에 불타고 있다.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7억명에 이르는 자전거인구가 점차 오토바이인구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들중 최소한 1억명에게는 홍진헬멧을 씌우고야 말겠습니다』 홍진크라운이 이번에는 어떤 전략으로 중국시장을 장악하게 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전화는 본사 0335―33―5451, 서울사무소 02―578―5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