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 키 1m68, 몸무게 56㎏, 신발 사이즈 2백50㎜. 한국 성인남자 표준체격에도 미달하는 이봉주(27·코오롱)의 「괴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황영조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폐활량과 유산소 능력에 다소 왜소해 보이긴 해도 마라토너로서는 오히려 타고난 체격조건이 강점이다』(오인환코치). 『정신력이다.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기질과 성실한 체력관리, 스타가 된 이후에도 고개를 숙일 줄 아는 내성적인 성격이 오늘날의 그를 있게 했다』(정봉수감독) 그러나 정작 본인의 의견은 감독 코치와는 다르다. 이봉주는 자신의 힘의 원천을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삼손처럼 텁수룩하게 자란 턱수염에서 찾는다. 『선수들마다 징크스란 게 있게 마련이죠. 지난 95년 조선일보마라톤때 우연히 턱수염을 기르고 나갔는데 레이스 도중 마음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더라구요』 이봉주는 이 대회에선 4위에 그쳤지만 이듬해 3월 96동아국제마라톤에서 2위, 8월 애틀랜타올림픽에서는 은메달, 12월 후쿠오카국제마라톤에서는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때문에 이제 턱수염은 이봉주의 트레이드마크. 오는 16일 경주에서 열리는 97동아국제마라톤 겸 제68회 동아마라톤대회를 앞두고 그는 지난해 12월말부터 다시 턱수염을 길러왔다. 이봉주는 턱수염과는 달리 콧수염은 말끔하게 정리한다. 털북숭이 체질로 콧수염까지 기를 경우 유인원처럼 보일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것이 오코치의 귀띔. 동아국제마라톤까지 앞으로 5일. 이제 지난해에 이어 다시 턱수염을 기른 채 역주하는 이봉주의 모습을 경주에서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