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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특위 여야협상 점검]김현철씨 청문회 과연 설까

입력 | 1997-03-10 20:10:00


예상했던 대로 10일 열린 한보사태 국정조사특위 전체회의는 아무런 성과없이 끝났다. 핵심쟁점인 金賢哲(김현철)씨의 한보청문회 증인채택과 청문회의 TV생중계 문제에서 한치의 진전도 없었기 때문이다. 야당의원들은 『김현철씨의 증인채택 없는 청문회는 하나마나』라고 입을 모았고 여당의원들은 『설만가지고는 못나간다. 증거를 대라』고 맞섰다. 표면적으로는 지난달 20일부터 계속돼온 국정조사계획서작성 소위원회의 복사판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이날 오전 여당이 김씨의 증인채택을 청와대에 건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위내부의 기류는 상당히 바뀌었다. 자민련의 李麟求(이인구)의원은 『여권이 김씨의 증인채택을 검토하고 있다면 고무적인 일』이라면서 여권의 결단을 기대했다. 여당 특위위원들도 겉으로는 「김씨 증인채택 불가」를 외쳤지만 모종의 「지침」이 내려오기를 내심 바라는 눈치였다. 사실 신한국당의 민주계 내부에서조차 『김씨 문제를 차기 정권으로 넘기는 것보다 현정권에서 처리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씨가 청문회에 나오지 않을 경우 오히려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대선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하는 여당의원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당지도부는 『5공 청문회에서 보았듯이 청문회가 의혹을 해소하기 보다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 김씨의 증언을 비공개로 한다 해도 비공개가 지켜질 리 없고 결국은 「인민재판」이 된다』면서 반대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 저변에서는 『어차피 대세를 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주류를 이룬다. 따라서 13,14일 당직개편 이후 새 대표가 김씨 문제를 재차 건의하는 형식으로 난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임시국회 회기가 18일에 끝나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그 안에 결말이 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벌써부터 당내에서는 김씨가 증인이 아닌 참고인 자격으로 출두하거나 청문회 마지막 날 하루만 나가는 방법 등 갖가지 아이디어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위 관계자들은 『어떻게 해서든 김씨 문제가 매듭지어지면 TV청문회나 다른 증인채택 문제는 부수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야당이 증인이든, 참고인 자격이든 김씨를 증언대에 세울 경우 여타 쟁점에 대해서는 대폭 양보할 수 있다는 협상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박제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