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기자] 삐삐도 팔방미인이어야 한다. 세계 최대 삐삐 사용국으로 1천3백여만명의 허리춤에 삐삐가 달려 있는 세상에 평범해서는 소비자의 눈을 끌 수 없다. 단순히 「삐…삐…」거리며 호출만을 하는 삐삐는 점차 관심밖으로 사라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삐삐를 만들고 있는 업체수는 50여개. 삐삐 제조업체마다 제각기 개성있는 삐삐를 만들어내기 위해 열심이다. 업체들이 가장 먼저 눈을 돌리는 것은 삐삐의 성능향상. 삼성물산은 바이오리듬에 스톱워치 기능 원격제어기능을 삐삐에 덧붙였다. 또 FM라디오 기능과 주역(周易)으로 오늘의 운세를 알려주는 삐삐도 내놨다. LG정보통신의 삐삐는 하루가 지난 메시지를 따로 표시해 주고 전화기로 호출기의 시간이나 알람시간을 바꿀 수 있다. 흥창물산은 삐삐에 주요 생활정보 안내기능을 집어넣었다. 달력 구실을 하며 시외전화 지역번호나 중요 전화번호 안내를 척척 해낸다. 야간특수 발광제를 발라놓은 것이나 길게 줄을 늘어뜨려 핸드백 바깥으로 살짝 고개를 내밀고 호출이 들어온 것을 알려주는 삐삐도 있다. 파격적인 색상을 입히거나 디자인을 특이하게 해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제품도 많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베네통컬러에 목걸이처럼 걸 수 있는 삐삐를 주력제품으로 내놓고 있으며 현대전자는 벨트 클립 모양의 삐삐를 만들었다. 삐삐가 국내에 처음 등장한 것은 82년. 단순히 소리를 내는 것이 전부였다. 86년부터 삐삐에 전화번호를 남길 수 있게 됐고 93년에 제2무선호출 사업자들이 생기면서 음성사서함 문자호출 광역호출기능 등 기술 개발 경쟁이 벌어졌고 삐삐도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4월부터 새로운 무선호출 사업자인 해피텔레콤이 「고속호출서비스」를 내걸고 시장에 뛰어든다. 팬택도 이에 맞춰 일반 삐삐보다 5배정도 자료 전송이 빠른 고속 삐삐를 내놓았다. 여러가지 생활정보를 문자로 받아볼 수 있으며 개인정보를 저장하고 전화번호부를 만들 수도 있다. 연말까지 삐삐 사용자는 1천4백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시장은 1조원에서 1조5천억원으로 껑충 뛴다. 그러나 단말기 시장은 지난해 4천억원에서 올해 3천억원으로 줄 것으로 예상된다. 포화상태에 이른삐삐단말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원래 차고 있던 삐삐를 벗어 던지도록 소비자를 유혹할 수 밖에 없다. 삐삐의 신기능 개발경쟁은 업체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