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표기자] 「통일은 이미 진행형이다. 문제는 어떤 방식의 통일이 언제 어떻게 오느냐는 것이다」. 북한 황장엽 노동당비서 탈출 사건 등으로 북한 체제 붕괴에 대한 우려와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교차하는 요즘 과연 우리는 북한을 얼마나 알고 통일을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통일에 대한 열정 못지않게 북한을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최근 「북한학개론」과 「북한정치사」(이상 풀빛 발행)를 동시에 펴낸 최성씨(34·아태평화재단책임연구원)의 일성이다. 이 책은 북한학 전문가가 쓴 첫 본격 북한학 이론서. 「북한정치사」는 수령체제를 중심으로 북한 정치의 흐름을, 「북한학개론」은 북한의 주체사상과 봉건성을 심층적으로 고찰했다. 최씨는 우선 북한이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조기 붕괴할 것이란 견해는 논리적 비약이라고 말한다. 체제 붕괴까지 가려면 조직적인 정치반대세력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인들의 비판의식이나 상대적 박탈감은 우리 생각보다 적은 편이고 따라서 「김정일 타도」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대학원에서 모택동을 전공했던 최씨가 북한에 눈을 돌린 것은 80년대말. 그가 북한을 공부하면서 처음으로 부닥친 것은 좌파 우파, 진보 보수 가릴 것 없이 우리사회에 횡행하고 있는 흑백논리. 10년간의 연구결과를 정리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1차자료의 부족과 자료의 부정확. 그는 『행간을 읽느라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주체사상 하면 우리는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비판하기에 바쁘죠. 하지만 주체사상이 얼마나 오랜 기간 복잡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알고 비판해야 합니다』 최씨는 통일의 당위성과 희생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통일운동이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한다. 최씨는 따라서 21세기 통일운동의 방향은 「통일이 되면 구체적으로 어떠한 이득이 돌아오는지」 등과 같이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