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중반에 한국은 컴퓨터산업의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었다.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나와 한국같은 중진국도 컴퓨터를 만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때 필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소에서 전자계산기 국산화 연구실을 만들어 일하면서 PC산업을 국책산업으로 추진할 것을 열렬히 호소했다. 그러나 정부도, 산업계도 이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 귀중한 기회를 놓쳤다. 이에 반해 대만은 80년대에 PC산업에 힘을 쏟아 지금은 PC산업에서 세계 2위, 컴퓨터 하드웨어 산업에서는 3위의 지위를 확보했다. ▼ 대만 PC산업의 교훈 ▼ 지금 한국은 또한번 그같은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이 말도 호응과 동조를 얻지 못할 우려가 있다. 그러나 20년 뒤에 이 얘기를 되풀이하면서 우리가 놓친 아까운 기회에 대해 후회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2000년까지 모든 가정에 초고속정보통신망을 깔자는 것이다. 그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는 종합유선방송(케이블TV)회선이 5백만 가정의 집앞까지 깔려 있고 케이블TV를 시청하는 가정도 1백30만 가구에 이른다. 케이블TV를 2000년까지 1천만 가구에 보급한다면 우리는 초고속정보망에서 세계 1등국가가 될 수 있다. 현재 케이블TV에 쓰이는 케이블은 엄청난 분량의 통신을 전달하는 능력을 갖고 있으므로 TV를 방송하는데 쓰고 남은 통신용량을 이용하면 쌍방향 초고속통신을 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시청자들이 이미 내고 있는 월 1만5천원의 시청료에는 통신료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추가통신비만 더 물면 초고속정보통신의 혜택을 볼 수 있다.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선진국은 케이블TV를 방송한지 오래되는데 이 분야에서 새로 출발하는 한국이 선진국을 앞설 수 있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 미국은 90%의 가정 문앞에까지 케이블TV선이 보급돼 있고 전 가정의 60% 이상이 이를 시청한다. 그러나 이것은 옛날에 구축된 시설이어서 쌍방향통신에 바로 활용되기 어렵다. 우리나라도 케이블TV가 작년3월 정식 출범하기 이전에 난시청지역을 대상으로 케이블TV 서비스가 있었으며 그 가입자 수는 놀랍게도 6백만 가구에 달한다. 그러나 이 시설들은 묵은 방식으로 돼 있고 쌍방향 통신을 전제로 하지 않고 깐 것이다. 때문에 이것은 통신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미국의 현실과 비슷하다. 일본은 케이블TV 보급이 저조한데다 인공위성방송이 1백채널, 1백50채널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케이블TV가 보급될 가능성은 줄어들고 있다. 결국 일본은 현재의 전화회선을 고속화하는 방향으로 초고속 정보통신망이 구축될텐데 그러려면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2010년에나 모든 가정이 광통신을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2000년까지 초고속정보통신망이 우리나라의 모든 사무실과 가정에 깔리게 된다면 경쟁력이 엄청나게 올라갈 것이다. ▼ 초고속정보망이 지름길 ▼ 인터넷을 써보면 서울시내의 정보를 찾는 것이 미국의 정보를 찾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사용료는 마찬가지인데도 그렇다. 이것은 미국이 통신속도가 빠르고 한국이 느리기 때문이다. 국제경쟁력을 가지려면 통신속도를 올려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초고속정보통신망을 까는데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앞설 수 있다면 정보화 사회에서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 용기와 슬기가 필요하다. 이용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