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친지의 권유로 지난 1월18일 도쿄 다카나와프린스호텔에서 열린 자민당 전국대회를 참관했다. 의정생활을 하느라 미국 영국 대만 호주 등의 정치집회에는 몇차례 참가한 적이 있었지만 일본의 정당집회는 처음이라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개회시간인 오전10시가 되기도 전에 대회장은 이미 전국에서 모여든 수천명의 대의원들로 가득 메워졌다. 내외신 기자들도 각각 제위치에 자리잡고 있었다. 특히 노동계를 대표한 노조위원장들이 10여명이나 참석해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노조대표의 축하연설을 들으면서 솔직히 부럽다는 속내를 숨기기 힘들었다. 일본 자민당의 전국대회 진행상황을 지켜보면서 우리와 차이나는 점을 구체적으로 비교해볼 수 있었다. 첫째, 명색이 일본의 집권당인데 대회장 어느 구석에서도 화려한 치장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실내장식이 검소한데다 구호도 지극히 단순했다. 단상에 「열린 정치」라고만 씌어 있었을 뿐 대형화환이나 플래카드는 눈에 띄지 않았다. 특히 사회자가 내지르는 선동구호도 없었고 우리처럼 장시간에 걸친 당대표의 권위주의적 연설도 없었다. 둘째, 대회가 정해진 시간에 지체없이 시작됐고 하시모토총리를 비롯한 내빈들도 미리 들어와 자리잡고 있었다. 셋째, 당대표인 총리의 인사말과 가토간사장의 당무정세보고는 간단명료하게 짧은 시간에 끝났다. 당의 정책과 당칙개정 및 예산 결산 선거운동방침 등도 무리없이 채택했다. 대회가 끝나자 화기애애하게 리셉션도 마련됐다. 넷째, 다른 정당대표들은 물론 각계 대표에게 두루두루 축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을 할애한 점도 특기할만한 부분이었다. 다섯째, 당대표를 비롯한 주요 당직자를 위한 자리가 단상에 마련돼 있지 않고 일반 대의원석에 함께 앉아 있는 모습에서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보는듯한 느낌이었다. 다만 당대표 인사와 간사장 보고가 끝나자마자 일부 대의원들이 자리를 뜨는 풍속도는 어쩌면 그리도 흡사한지. 하시모토총리는 깔끔하고 빈틈없는 용모를 지녔지만 서민적이고 대중적인 행동을 보여 누구나 매료되기에 충분했다. 최근 게이오대와 와세다대의 검도경기가 벌어졌을 때였다. 하시모토총리는 관중들과 함께 일반석에 앉아서 끝까지 경기를 관전했다. 경기 후 모교 선수들과 어울려 술잔을 기울이며 축하의 말을 남기고 떠나던 그의 서민적인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부러워하는 대중정치인의 표본, 바로 그것이었다. 유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