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거나 봄철이면 산불이 많이 발생했다. 하지만 요즘은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난다. 「산불방지 계절 없고 산불감시 너나 없다」는 표어가 실감난다고나 할까. 지난 2월말 현재 1백25건의 산불이 일어나 4백6㏊의 산림을 태웠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피해면적이 두배나 늘어났다. 계속되는 가뭄과 건조한 날씨가 산불을 부추기고는 있지만 두달이라는 짧은 기간의 수치로는 실로 엄청나다. 최근 5년간의 연평균 산불발생 면적은 1천9백11㏊로 올해 조림계획 면적의 10%에 해당된다. 묘목을 심어 쓸모 있는 나무가 될 때까지 수십년이 걸리는 만큼 한해 조림면적 전체가 산불로 황폐해지는 셈이다. 산림 1㏊가 소실되면 손실액은 5백36만4천원으로 집계되니 연간 손실액만 해도 1백3억원에 이른다. 생태계 파괴와 인명손실, 그리고 대대로 물려받은 삶터를 잃어버린다는 점까지 감안한다면 실질적 피해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지난해의 강원도 고성산불은 좋은 본보기다. 산불발생원인은 작년만 봐도 등산객과 행락인구 증가에 따른 입산자 실화가 47%, 논밭두렁 소각이나 성묘 불장난 군사훈련 담뱃불 등이 53%를 차지했다. 결국 산불은 100% 사람에 의해 일어난다는 사실이 입증된다. 캐나다 등 선진임업국의 60% 수준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다. 산림면적이 우리의 일곱배나 되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90년까지 10년간 연평균 8백10㏊의 산불이 발생했다니 부끄럽기조차 하다. 우리나라와 같은 산악형 산림에서 산불이 일어나면 초기진화가 대단히 어렵다. 산길이 제대로 나지 않은데다 불이 번지는 속도나 불길방향이 급변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부분의 산림이 농촌과 연결돼 있는데 농촌인구의 감소와 노령화로 자체 진화마저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산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길밖에 없다. 진화장비의 현대화, 전문인력의 충원, 당국의 산불대책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산불예방에 대한 인식이다. 무심코 버린 작은 불씨 때문에 수십년을 공들인 귀중한 산림자원이 순식간에 한줌의 잿더미로 변해 버린다면 후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는 일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산림은 자원화 과정에 들어서 있어 산림부국의 날도 멀지 않았다. 산불 때문에 산림대국의 위업이 무너져서는 곤란하다. 산불예방은 결코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 돼서는 안된다. 이봉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