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홍 기자] 지난 13일 밤 11시에 방영된 MBC 다큐스페셜 「구원이를 위하여」를 보고 많은 시청자들이 컴퓨터통신을 통해 MBC에 글을 띄웠다. 「세상일에 마음 상해 술 취해 들어온 밤, TV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서른이 다 된 아들이 우는 모습을 부모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내 방에 들어와 라디오 볼륨을 높인 채 실컷 울었다. 내마음대로 살아온 지난 일에 대한 반성의 눈물인지, 아직 남아있는 동정의 눈물인지…」(ID virtue69) 「엄마로서 아이에게 숏다리라고 장난친 것에 반성한다. 내게 주어진 작은 삶에 감사한다」(ID FRP321) 이같은 반응을 이끌어 낸 「구원이를 위하여」는 팔 다리가 없는 채로 태어난 어린이에 대한 이야기. 설상가상으로 고아다. 올해 8세. 초등학교에 입학하려 하지만 받아줄 만한 학교가 없다. 참담한 불운과는 달리 카메라에는 구원이의 너무나 명랑한 모습이 가득 담겼다. 몸통만으로 굴러다니면서도 과자를 달라고 조르며 즐겁게 재잘거리곤 했다. 그가 지내는 곳은 충북 청원군의 「성 황석 두루가 전교수도회」. 김동일신부가 그의 현재 「아버지」다. 김신부는 세상을 구하라는 뜻의 구원(救援)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팔 다리가 없는 애들을 위해 제 팔과 다리를 주고 왔어요』라고 말하는 구원이는 자신의 이름 뜻을 알고 있는 듯했다. 구원이의 곁에는 또 다른 고아 소녀 선희양이 있었다. 손가락이 없어 셈을 못하는 구원이에게 손가락을 빌려주고 함께 의지하던 누나. 길에서 잠을 자며 추위에 떨다가 이 곳에 온 선희양이 다른 집에 입양되어 떠나던 날, 어린 소년과 소녀는 끝끝내 눈물을 참았다. 앞으로 계속될 삶의 고단함을이겨내자는 듯 그렁그렁한 눈망울로 『이 다음에 커서 꼭 잘 되자』고. 「구원이를 위하여」는 별다른 연출없이 실제 장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현실 자체가 그 어떤 드라마나 각색된 극본보다도 감동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야만스런 운명과 각박한 현실속에서도 삶의 의지를 통한 생명의 고귀함, 아직 우리사회에 존재하는 따뜻한 인정의 손길을 보여주자는 것이 제작진의 의도. 방영 후 『구원이를 돕기위한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주문이 쏟아진 것으로 보아 제작진의 메시지는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전달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