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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이경근/「체벌논쟁」열린교육으로 풀자

입력 | 1997-03-18 08:47:00


지난 연말 교육부의 「체벌 전면금지」 방침이 발표되자 찬반 양론이 쏟아졌다. 이른바 「체벌논쟁」이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교육부의 확고한 의지에 따라 겉으로는 논쟁이 가라앉은 듯 보인다. 하지만 겉보기와는 달리 속으로는 만만찮은 파장이 끓어오르고 있다. 체벌은 일단 교사와 학생간에 이뤄진다. 그런 의미에서 체벌은 일종의 권력으로 비쳐지기에 내용을 뒤져보면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학생들은 체벌을 무조건 없어져야 할 타도의 대상으로 생각한다. 학부모들도 체벌이 필요는 하지만 그래도 내 아이만은 그 대상이 아니길 바란다. 반면 상당수의 교사들은 체벌을 권위의 상징으로 애지중지하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러니 일제 식민지 시대부터 교육현장에서 요긴하게 사용된 체벌로부터 어느 누구도 자유로워질 수 없다. 오늘의 체벌논쟁은 단순히 학생과 교사간에 안간힘을 써가며 줄다리기할 차원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어느 한쪽이 「획득」, 나머지 한쪽이 「상실」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악순환만 낳을 뿐 이다. 체벌금지조치로 인해 허탈한 교사와 살판난 학생들 사이에 예상되는 교육이 과연 무엇이겠는가. 결국 체벌논쟁은 어느 한쪽의 대책마련이라는 수준에서 묻어둘 사안이 아니다. 교육계의 전반적인 체질개선을 요구하는 시대적 요청으로 교사 학생 학부모 행정가들이 모두 통감해야 마땅하다. 체벌논쟁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시대정신」은 교육현장에서 학생의 몫을 늘리는 「열린교육」이 아닌가 한다. 실제로 특수한 상황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체벌은 수업시간에 이뤄지는게 보통이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떠들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떠들어도 되도록」 만든다면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학생들이 무엇을 떠드느냐 하는게 문제인데 열쇠는 열린교육의 실천이라고 본다. 이는 교육공간에 학생과 학부모를 끌어들이고 나아가 상상력을 끌어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여기에는 적절한 교육환경 교육과정 교재 예산 시험제도 등 뒷받침해야 할 개선과제가 많겠다. 어쨌든 학생들은 이번 조치에 따라 체벌로부터 벗어나게 됐다. 반면 교사들은 체벌이라는 교육수단으로부터 해방되기가 쉽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이번 체벌금지조치로 비롯된 일련의 논쟁이 학생 교사 학부모의 삶의 질을 한단계 높이는 계기가 된다면 우리 교육의 앞날은 밝아지리라 생각된다. 이경근(인천송도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