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수 기자] 「카메라는 준비완료, 연기자 스탠바이」.
「한보 청문회」 TV생중계와 관련한 방송사들의 입장이다. 출연자들의 「연기」만 남았을 뿐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것.
케이블TV YTN(채널24)은 청문회 전체를 생중계할 방침이며 KBS와 MBC SBS 세 공중파TV는 하루씩 돌아가며 공동(풀)중계차를 투입하기 위해 협의중이다.
한 방송사가 하루의 청문회를 맡아 촬영 전송하되 방송여부는 각 방송사가 알아서 하는 방식. 지난 88년 5공비리 청문회를 생중계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는 언제라도 완벽한 중계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방송가에서는 한보 청문회가 생방송되면 「주연 배우」는 단연 김현철씨가 될 것으로 꼽는다. 이밖에 여야가 합의한 증인과 참고인 중에는 박재윤 전 통상산업부장관과 홍인길의원, 정태수 한보그룹총회장, 정보근회장 등이 높은 시청률을 올릴 청문회 주연으로 꼽힌다. 만일 이원종 전청와대정무수석이 증인이 된다면 이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리라는 것이 일반적 예측.
지난 몇년간 TV브라운관 뒤에서 커다란 입김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김현철씨와 이원종씨가 직접 TV에 「주연」으로 등장한다면 방송으로서도 특별한 손님을 맞는 셈이다.
이번 청문회도 5공비리 청문회때처럼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6일 한국기자협회와 한길리서치가 서울거주 20세이상 남녀 5백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4.1%가 「청문회를 시청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왔다. 그중 65.3%는 「반드시 시청하겠다」는 열성파.
이 때문에 청문회가 시작되면 공중파TV들은 오후5시 이후 편성과 관련해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일 것이 예상된다.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할 「배우」의 경우 청문회 중계를 계속할지 인기있는 정규프로를 방송할지가 고민의 초점.
한편 불과 1주일 전까지 생중계는 엄두도 못내고 여야의 눈치만 보던 방송사들에 대해 「시녀기질」을 벗지 못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현행 국회법 및 규정을 볼 때 방송사가 먼저 생중계를 요청할 수 있는데도 방송사들은 「국민의 알권리」는 아랑곳없이 침묵을 지켰고 여당은 여당대로 『생방송은 방송사 편성권의 문제』라며 미뤄왔던 것. 결국 여야합의로 TV중계가 이뤄질 전망이지만 「방송의 홀로서기」는 여전한 과제로 남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