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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카타르시스란 무엇인가」펴낸 마광수씨

입력 | 1997-03-20 08:59:00


[이광표 기자] 『문학은 꿈이고 상상입니다. 이를 통해 성적(性的)으로 자유로워지면 의식과 정서가 자유에 이르고 냉철한 판단력을 얻을 수 있죠. 이 냉철함이야말로 권위와 억압을 극복하는 힘입니다』 마광수.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가자 장미여관으로」 「즐거운 사라」 등 야한 것의 대명사로 그의 행보는 줄곧 화제였다. 교수라는 직업을 더럽혔다는 비난에서부터 「표현의 자유」를 실천한 기수라는 찬사까지. 지난 92년 「즐거운 사라」가 외설시비에 휘말리면서 구속 집행유예 연세대교수해직 등 개인적으로 파란을 겪어야 했던 마씨. 그러나 그의 생각엔 변함이 없다. 이를 보여주는 책이 최근에 나온 「카타르시스란 무엇인가」(철학과현실사 발행). 흔히 정화(淨化)로 알려진 카타르시스를 「본능적 욕구의 상상적 대리 배설」로 번역한 바 있는 마씨는 카타르시스야말로 문학의 실질적 효용이라고 본다. 이 카타르시스를 동양적 시각으로 해석하려는 것이 이 책의 발간 의도. 『동양적인 것은 처음부터 상상력이었고 낭만이었습니다. 드넓고 개방적인 동양문화는 성을 별로 억압하지 않았습니다』 동양적인 것에 대한 마씨의 관심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 책을 보면 음양론 주역 불교 사상의학 등에 대한 그의 관심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이 성을 얘기하지만 서양이론을 추종,어렵고 현학적인 표현으로 위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개탄하기도 한다. 자신의 문학관 세계관을 거침없이 토해내는 와중에도 그의 얼굴엔 외로움이 묻어났다. 그의 나이 벌써 마흔일곱. 나이 탓일까. 그동안의 외압과 소란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자기 검열」을 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 권위적이 되는 우리사회의 관습에 물들지도 모를 거란 두려움마저 느낀다는 고백이었다. 『제 이후로 저 같은 사람이 많이 나올 줄 알았습니다. 비슷한 생각을 가졌던 사람들이 저의 구속을 계기로 하나 둘 발을 빼기 시작했죠. 양비론이라는 미명하에 양다리를 걸치고 눈치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그는 세상에 대한 원망을 내비쳤다. 아직도 학생들은 끊임없이 그의 연구실을 노크했고 그의 줄담배는 그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