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홍 기자] MBC 「테마게임」에서 웃음을 선사하고 있는 개그맨 홍기훈의 본명은 오희태다. 기훈(起勳)은 법명(法名)이자 예명. 독실한 불교신자인 그는 중2때 법명을 받았다. 연예계에 데뷔하면서 「새로운 가르침을 일으키라」는 뜻의 법명을 예명으로 삼으며 성까지 바꿨다. 그는 개그스타가 된 큰 요인이 예명덕분이라고 믿고 있다. 연예인들에게 예명이 많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될 수 있으면 독특하고 세련된 이름을 짓는다. 「애송이의 사랑」으로 10대팬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양파의 본명은 이은진이다. 『껍질을 아무리 벗겨도 새롭고 톡 쏜다』는 뜻. 「편지」 등으로 70년대에 활동했던 「어니언스」를 한글로 바꾼 이름이지만 이미지는 그 시절과 딴판이다. KBS2 「첫 사랑」에 출연하고 있는 송채환은 극중 배역 이름을 그대로 예명으로 삼은 경우. 영화 「장군의 아들2」에서 맡은 지적이고 깔끔한 기생 이름이 송채환이었다. 시나리오작가인 이윤택씨가 지어준 이름. 송채환의 본명은 권소연이다. 본명보다 멋을 내기 위한 예명도 많다. 대표적인 미녀 탤런트로 꼽히는 황신혜의 본명은 황정만. 깜찍한 이름으로 꼽히는 김보연의 본명은 김복순, 옥소리의 본명은 옥보경, 이보희의 본명은 조영숙이다. 선우용녀의 경우는 성이 늘어난 경우. 그의 본 이름은 정용례이다. 반면 주현은 이름을 줄인 경우. 원 이름은 주일춘이다. 한때는 예명을 지을 때 자신을 데뷔시킨 감독이나 연출자의 성을 따라 쓰는 「전통」이 있었다. 남포동이 이 전통을 충실히 따른 경우다. SBS 「형제의 강」에 출연하고 있는 그의 본명은 김광일. 영화사 잡일을 하다 처음 영화에 출연시켜준 이가 남기남 감독이었다. 남감독의 성에 경상도 사나이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 부산의 유명한 지역명을 이름으로 썼다. 그 뒤 남포동은 『경상도 사나이역이 아니면 맡기 싫다』며 줄곧 부산 사투리를 써왔다. 「형제의 강」에서 극중인물들이 쓰는 경상도 사투리는 남포동이 극본을 「재교정」한 것들이다. 신성일은 예명을 다시 본명으로 삼은 특이한 경우다. 그의 본명은 강신영. 예명으로 쓴 신성일이 너무 알려진 탓에 「강신영」이라는 이름으로 입후보했던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정계진출 재도전을 위해 고친 이름이 강신성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