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내 기자] 굵은 소금을 냄비에 깔고 왕새우를 통째 얹어 발갛게 익힌 뒤 겨자소스에 찍어 먹는 맛은 부드럽고 담백하기 그지 없다. 전에는 가을철 서산을 비롯한 서해안의 횟집들에서 간혹 왕새우를 소금에 구워 내놓았으나 요즘은 경기도 김포와 서울 등지에서도 사시사철 왕새우소금구이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손님이 직접 해산물을 요리해 먹도록 하는 김포 누산삼거리의 셀프요리점 「동서남북」은 주말이면 왕새우 소금구이를 먹으러 찾아오는 사람들로 붐빈다. 1.4㎏짜리 한상자(45마리 정도)가 3만1천원이며 왕새우를 구울 굵은 소금을 깐 냄비와 가스버너를 빌리는데 3천원. 동서남북의 박웅배부장은 『요리법이란 왕새우를 손질할 필요없이 소금 위에 얹어 익히기만 하면 된다』며 『흔히 어른 3,4명이 한 상자를 다 먹어치운다』고 말했다.근처에는 아예 왕새우소금구이만 내는 음식점들과 냉동 왕새우를 상자째로 도매가에 파는 점포들도 들어섰다. 최근 동서남북에서 가족과 함께 왕새우소금구이를 해 먹었던 회사원 황규진씨(38·서울 강서구 목동)는 『값이 싸고 맛있어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다』며 『한 상자를 더 구입해 집에 가져와 구워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울 홍익대앞의 해산물 철판구이집인 「청솔낙찌꼴」에서도 인근 대학 교수나 직장인 주부들에게 왕새우소금구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곳에서는 왕새우구이의 맛을 한층 살려주는 두꺼운 철판을 사용하며 일본식 소스를 넣은 야채샐러드가 함께 나온다. 씨알이 굵은 왕새우 10마리에 2만원. 주인 노애숙씨는 『낙지철판구이를 주로 내놓았으나 최근 왕새우의 값이 싸지면서 손님들이 왕새우소금구이를 더 찾는다』고 말했다. 근처의 일식집이나 소주방들에서도 왕새우소금구이 안주를 찾는 대학생들이 많다. 왕새우를 소금 위에 구우면 비린내와 쓴맛이 빠지면서 소금간이 은근히 배어 맛이 좋아진다고 노씨는 설명했다. 소금이 과열을 막아주므로 오래 익히더라도 왕새우가 타지 않고 골고루 익는다. 왕새우소금구이가 인기를 끌게 된 것은 값이 싼 동남아시아산 냉동왕새우의 수입이 늘어났기 때문. 서울 가락동시장에서 활어인 국산 왕새우는 여전히 가격이 비싸지만 수입냉동왕새우는 절반값에 거래된다. 새우의 콜레스테롤에 대한 걱정이 없어진 것도 왕새우소금구이의 인기를 높이고 있다. 박후근 한국수산회장은 『새우에 많이 함유된 지방질과 타우린은 혈관벽에 달라붙는 저질콜레스테롤의 증가를 억제하고 새우의 양질콜레스테롤은 오히려 저질콜레스테롤을 담즙산으로 변화시켜 체외로 배출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일본과 미국에서도 새우의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