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버턴(미국)〓홍석민기자] 미국 서부의 항구 도시 포틀랜드에서 승용차로 30분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소읍(小邑) 비버턴. 세계 유닉스 시장 점유율 1위인 중대형컴퓨터 전문업체 시퀀트사가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시퀀트사는 지난달 성능은 메인 프레임급이지만 가격은 그보다 훨씬 싼 차세대 중대형컴퓨터를 선보였다. 「누마Q」 시리즈가 바로 그것. 누마Q라는 이름은 이 시리즈에 적용된 설계양식(아키텍처)의 이름에서 따왔다.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빠르고 안정되게 처리할 수 있는 앞선 기술이 비결이다. 누마Q는 인텔의 펜티엄 프로 칩을 사용한 중앙처리장치(CPU)를 2백52개 사용한다. 숫자가 많은 만큼 데이터 처리 용량이 엄청나다. 한번에 1백TB(테라바이트)를 소화해낸다. 1TB는 1조 바이트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크기다. 여기에 지금껏 사용해왔던 다른 응용프로그램을 대부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이 기술이 가진 장점이다. 시퀀트는 중대형 컴퓨터 분야의 기술을 선두에서 이끌어 왔다. 지난 83년에는 대칭형 다중 처리기술(SMP)을 처음으로 개발, 상용화했다. 이 기술은 현재 대부분의 중대형컴퓨터가 채택하고 있다. SMP의 장점은 응용프로그램이 많다는 점.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확장성에 약점이 있다. CPU를 30개까지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94년에 나온 초병렬처리기술(MPP)은 CPU를 1천개 이상 사용할 수 있게 해 용량을 최대한으로 늘렸다. 하지만 기상정보나 과학수치계산 등 극히 한정된 곳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누마Q는 이 두 기술의 장점만을 따온 것으로 중대형 컴퓨터의 차세대 기술이 적용됐다. 누마Q는 여러가지 작업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아이큐 링크」라는 기술을 채택했다. 칩 4개를 하나로 묶은 보드를 서로 연결하는 것. 지금껏 이 회사의 제품은 금융 보험 유통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됐다. 하야트호텔 패밀리마트 중국인민은행 등 이름만 들어도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초대형 업체들이 주요 고객이다. 시퀀트의 스티브첸 부사장(기술위원장)은 『누마Q는 값비싼 IBM 등의 메인프레임을 제치고 중대형컴퓨터 시장을 석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