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이 기자] 『아무리 거대한 선박이라도 우리 항구에 들어서면 제 지시에 따라 뱃길을 헤쳐오는 순한 양이 된답니다』 여수 광양항의 관제사 田外淑(전외숙·36)씨. 「험한 뱃사람」들을 상대하며 안전한 뱃길을 안내하는 관제사 29명중 유일한 여성이다.해상 레이더모니터와 CCTV모니터로 항만 교통상황을 24시간 감시하고 입출항 선박을 종합관리하는 해상교통관제(VTS)시스템이 설치된 항만중에서는 전국 홍일점이다. 여수수산대를 나와 지난 82년 여수해운항만청에 몸을 담았다. 무선통화장치를 통해 흘러나오는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막막한 바다를 마주하며 거친 항해를 해왔던 선원들의 피로를 싹 가시게 해주는 청량제와 같은 역할. 『남자들뿐이어서 자칫 삭막해지기 쉬운 항구에서는 오히려 여성의 부드러움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러나 하루1백여척의 선박이 드나드는 거대항구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남자관제사와는 달리 그는 승선경험이 없어 현장감각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긴급상황에 처한 선박에 신속한 대처요령을 일러줘야 하는데 선박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몰라 당황한 적도 있다. 그래서 틈이 나는대로 정박중인 선박을 둘러보기도 한다. 광양제철소와 여천공단등을 끼고있는 여수 광양항은 대형 원유수송선이나 LPG운반선 석유 화학제품 철강제품 운반선이 대부분이라 사고위험이 높기 때문에 그녀는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