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한파로 기업들이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대폭 줄이면서 대졸자들의 구직난이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재정경제원과 노동부가 조사한 지난해 대졸자 구인배율이 0.27배로 나왔다. 취업을 원하는 대졸자 1백명에 기업이 찾는 인원은 27명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반면 고졸자들의 지난해 구인배율은 2.41배로 대졸자의 9배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우리 기업들이 당면한 「고비용 저효율」의 전형적인 결과라 하겠다. 「고효율」은 아예 기대하기 어려우니 「저비용 저효율」로 버티겠다는 안타까운 현상이라고 짐작된다. 비록 자원이 부족한 실정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인적자원만큼은 내세울 만했다. 그런데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들마저 자원화하지 못한다면 큰 문제다. 대학지상주의에 따라 너도나도 막대한 사교육비를 들여가며 대학에 들어갔고 이제 사회에 첫발을 디디려는데 이들을 받아들여줄 여건은 극도로 위축된 상황이니 당사자들은 물론 곤란하게 됐지만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낭비다. 더구나 대기업이 신입사원 채용규모를 대폭 줄였는데도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구인광고를 내면 취업희망자는 많이 몰려오지만 막상 뽑아 쓸만한 인재가 별로 없는게 현실이다. 물론 대기업과 비교해 봉급에 차이가 나고 근무환경이나 장래성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아예 폄하해버리는 구직자들의 태도는 중소기업 취업담당자들에게 묘한 서글픔과 허탈감을 안겨준다. 한편 상당수는 현업에 투입했을 때 효율을 기대하기 어려운 정도의 실력이라는 점도 문제다. 어느 기업이든 요즘은 컴퓨터와 영어 정도는 기본으로 요구한다. 그런데 컴퓨터는 전공과 관계없다고 아예 손도 안댄 컴맹이 수두룩하고 전공했다 한들 구식 교과과정만 배운채 새로운 시스템에 대해서는 별도로 익히는 노력조차 안한 사람이 많으니 문제다. 기본과목이 이런 정도니 성적증명서를 그대로 믿을 수만도 없는 형편이다. 얼마 전에는 서울에 있는 어느 전문대의 수석졸업생이 입사시험을 보러 왔는데 별로 어려운 수준도 못되는 영어시험 답안지를 아예 백지로 낸 사례마저 있어 채점관들을 아연케 했다. 이럴 때일수록 「고비용」이라도 「고효율」을 기대할 수 있는 보다 실질적이고 전략적인 취업대비를 해왔다면 지금처럼 구직난과 구인난이 병존하는 현상은 줄어들었지 않았겠나 생각된다. 강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