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를 소금물에 넣으면 절여지는 이유가 「삼투압」 때문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도대체 이 「삼투압」이 어떻게 작용해 배추가 절여지는 것일까. 시장에서 사온 배추는 약 90%가 물이고 나머지는 탄수화물과 단백질 등으로 이루어졌다. 배추의 물은 세포막 속에 담겨 있다. 세포막은 여러 화학물질 중에서 물만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반투막」의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다. 세포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세포의 활동에 필요한 여러 화학물질이 선택적으로 출입할 수 있는 특별한 통로가 있지만 세포가 죽으면 이런 통로는 모두 막혀버린다. 왜 배추를 소금물에 넣으면 세포에서 물이 빠져 나올까. 모든 분자가 철저하게 복종하고 있는 열역학 법칙 때문이다. 열역학 법칙에 따르면 온도와 압력이 일정한 상태에 있는 분자들은 모두 「편안한」 상태로 옮겨 가려는 경향을 갖는다. 분자들은 에너지가 「낮아지거나」 또는 더 많이 「흩어져 있는」 상태를 편안하게 느낀다. 분자들이 얼마나 흩어져 있는가를 나타내는 것이 바로 「엔트로피」다. 즉 일정한 온도와 압력에서 분자들은 작은 에너지와 큰 엔트로피의 상태를 좋아한다는 것이 분자 세계의 기본 법칙이다. 배추의 세포 속에 있는 물은 소금물보다는 비교적 깨끗하고 순수한 상태다. 소금물이 엄청나게 진하지 않다면 소금물이나 세포 속의 물분자의 에너지는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소금과 함께 섞여 있는 물분자는 세포 속에 있는 비교적 순수한 물분자보다 훨씬 더 심하게 흩어져 있는 상태, 즉 엔트로피가 큰 상태에 해당한다. 흰 공만 1백개를 바닥에 흩뜨려 놓은 것보다는 흰 공 90개에 붉은 공 10개를 섞어서 흩뜨려 놓으면 훨씬 더 어지럽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이유다. 세포 속의 물분자는 엔트로피가 더 커서 안정된 상태의 소금물쪽으로 빠져 나온다. 그러면 배추는 원래의 모양을 잃어버리고 김치 담그기에 적당하게 절여지는 것이다. 세포 속의 물이 소금물쪽으로 빠져나오고 싶어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 바로 「삼투압」이다. 소금물이 순수한 물보다 잘 얼지도 않고 잘 끓지도 않는 이유도 같은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것은 분자들이 더 흩어져 자유로운 상태에 있고 싶어하는 욕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똑바로 줄을 서기보다는 멋대로 흩어져 있고 싶어하는 사람의 마음도 분자의 이런 성질 때문일까. 이덕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