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엽기자] TV가 최근 술을 권하거나 음주를 자연스럽게 여기는 내용을 여과없이 내보내면서 잘못된 음주문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의 「좋은 방송을 위한 시청자 모임」은 24일 「방송이 술을 부추긴다」는 요지의 모니터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3월 한달만해도 출연자나 진행자가 술을 마시거나 음주를 미화하는 장면이 적지 않다. 우선 17일 방영된 SBS 시트콤 「OK 목장」의 경우 술고래를 진짜 사나이로 미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드라마의 내용상 음주 장면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잘못된 음주 문화의 큰 원인인 「술〓사나이」라는 등식을 방송에서 문제의식없이 알리고 있다는 것이다.「OK 목장」에서 백일섭 조형기 권해효 등 출연진은 서로 뚝심을 겨루다 승부가 나지 않자 술로 결판을 짓기로 한다. 시간이 지난 뒤 테이블에는 10병이 넘는 소주 병이 널부러져 있고 백일섭 조형기 두사람은 곤드레만드레. 그러나 권해효는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일어서자 이를 본 송채환이 『멋있다』며 술고래를 한껏 미화시킨다. SBS 「아이 러브 코미디」의 「홍진경 스타따라잡기―OK 목장편」(9일방영)에서는 진행자인 홍진경이 취한듯한 모습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홍진경은 같은 방송사의 시트콤 「OK 목장」 출연진들의 회식 자리를 찾아갔다가 출연자들의 권유로 소주를 마신다. 이때 술잔이 일반 소주잔에서 물컵 맥주잔으로 바뀌고 홍진경은 모두 받아 마신다. 자막에는 「진짜 소주를 마시는 홍진경」이라는 안내가 두번 나오고 자막대로라면 홍진경은 반병 분량의 소주를 마신 채 「음주 진행」을 한 셈이 된다. KBS 2의 심야토크쇼 「밤의 이야기쇼」(5일 방영)는 진행자가 출연자에게 술을 권하는 경우. 육상스타인 임춘애과 전 프로축구선수 이상용 부부가 출연한 이 시간에 진행자 이상벽이 『긴장을 푸는 수단으로 맥주 한잔 하겠느냐』며 술을 권하고 여성 진행자 최유라가 『빨리 빨리 주세요』라고 재촉한다. 「좋은 방송을…」은 이같은 구체적 사례외에도 「칵테일 토크」등 술집의 분위기나 술을 연상시키는 대사와 장면이 최근 부쩍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히고 있다. 「좋은 방송을…」의 황자혜씨는 『뉴스 시간대에 「술 그만 마시자」는 캠페인까지 벌인 SBS가 오락프로에서 음주를 당연시하는 내용을 내보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