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노사협상이 결국 타결됐으나 26일 한때 서울 등 3대 도시에서 벌어졌던 파업은 올봄 노사관계를 전망할 수 있는 시험대의 의미가 있다. 일부 대기업에서 노조의 임금동결 결의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터진 이번 버스 파업은 올 봄 노사관계가 「화합」과 「파업」이라는 두 극단적인 축(軸)으로 진행될 것임을 보여준다. 즉 한쪽에선 노사대타협을 선언하는 사업장이 예년보다 늘어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선 분규가 더 악화하는 양극화 현상이 빚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노동계 전문가들은 지난 92년 이후 처음인 이번 버스 파업의 원인을 우선 「임금협상 여건이 예년보다 훨씬 나빠졌다」는 점에서 찾고 있다. 예년엔 협상 막바지에 시 당국이 『요금을 언제부터 올려주겠다』고 내락, 버스회사측이 그것을 토대로 임금인상안을 내놓아 협상 마지막날 밤에 타결되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해 적발된 버스비리사건 경제난 등의 여파로 시 당국이나 사용자나 임금을 올려줄 여력이 예년보다 훨씬 작다는 점에 어려움이 있었다. 또 노동법개정으로 달라진 노동계 판도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노총 산하인 시내버스 노조는 지난 1월의 총파업에도 불참, 조직 안팎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이번 임금협상에서도 노조지도부가 약한 모습을 보일 경우 자칫하면 조직이 갈라져 또다른 노조가 생길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황이었다. 현재 다른 일반 사업장도 시내버스 노사와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어려움을 안고 있다. 임금협상 여건이 예년보다 좋지 않은데다 변형근로제 등 새 노동법 조항의 단체협상 적용 문제 때문에 노사관계가 예년보다 더 꼬여 분규가 더 악화하는 사업장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반면 자진해서 「경영난 동참」을 결의하는 노조도 늘고 있다. 올들어 26일 현재까지 △임금동결에 합의한 노조가 11개 △임금단체협약을 사용자에게 위임한 노조가 20개 △토요휴무를 반납한 노조가 18개에 이른다. 지난해에도 임금동결 사업장이 2백79곳, 임금단협 위임 노조가 35곳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같은 현상이 금년에만 있는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례없는 경제난과 노동운동의 유연화 추세를 감안하면 「무(無)분규」를 결의하는 노조가 앞으로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금년 노사관계는 「중간지대」가 좁아지고 「노사화합 사업장」과 「노사분규 사업장」 모두 대폭 증가하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기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