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표기자] 늘 희망의 대명사처럼 일컬어져온 21세기. 그 21세기가 20세기보다 더 파괴적이라면 어찌할 것인가. 과연 과학기술은 인류평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장할 수 있는가. 지구촌의 후미진 변경(邊境), 「제3세계」의 불길한 미래를 살펴봄으로써 인류의 오만을 경고한 책. 황폐한 서아프리카에서부터 과격 이슬람근본주의가 발호하고 있는 이란, 민족분규에 시달리는 중앙아시아, 그리고 인도대륙과 인도차이나까지 제3세계 국가들을 여행하며 그들이 겪고 있는 가난과 질병, 정치적 불안 등을 애정어린 시각으로 관찰했다. 아프리카의 나일강 계곡은 환경이 문제가 되는 지역. 이곳엔 이집트 인구의 95%가 집중돼 있다. 따라서 이곳의 인구과잉 자원부족 환경오염 문제 등이 해결되지 못한다면 국가 자체마저 존립 위기에 처할지 모른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동남아시아엔 에이즈의 공포가 있다. 네팔 인도 방글라데시로 통하는 교통의 요지인 인도 북부 비하르주(州)가 그 상징적 지역으로 꼽힌다. 매일 1천4백대의 상업용 트럭이 통과하는 이곳은 매춘의 근거지다. 매춘부의 36%, 운전사의 8%가 에이즈에 감염된 상태. 특히 매춘여성 대부분이 문맹이고 운전사들이 각국으로 돌아가 에이즈를 급속도로 전파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미국의 월간지 「아틀란틱 먼슬리」의 편집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현지인들의 분노와 체념 등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함께 역사적 배경 설명을 곁들여 책읽기의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로버트 케이플런 지음/황건 옮김(한국경제신문사·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