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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정형명/국가경제 좀 먹는 「사교육」

입력 | 1997-03-28 08:13:00


입시위주 교육과 지나친 경쟁풍토 속에서 우리 자녀들은 학교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닫힌교육 일색의 사교육에 얽매여 있다. 이에 따른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지출도 엄청난 실정이다. 국민총생산(GNP)에서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지난 77년 2.19%에서 82년 3.98%, 90년 5.50%, 94년 6.03 %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사교육비는 20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공교육비(15조6천여억원)를 훨씬 초과하는 액수다. 입시위주의 닫힌 사교육은 가계는 물론 기업과 정부에도 재정적 부담을 가중시킨다. 정부는 복지국가 건설을 외치며 국민조세부담 경감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급증하는 사교육비 탓에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또 사교육은 청소년들에 대한 전인교육의 기회마저 빼앗아가는가 하면 국민계층간 이질감을 증폭시켜 국민화합마저 해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적 손실인 닫힌 사교육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교육당국이 변화하는 대입 선발방식과 2000년대의 대학정원 미달사태를 철저히 홍보함으로써 사교육의 불필요성을 확실히 인식시켜야 한다. 국민들이 대학입시의 변화양상을 모른다면 당국의 어떤 사교육비 절감노력도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둘째, 입시제도를 더욱 개혁해 원천적으로 과외를 받을 필요가 없도록 해야 한다. 물론 논술고사 면접고사 학생부 등만 해도 입시제도 개혁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학생을 석차와 점수로 평가하는 풍토가 근원적으로 없어져야 한다. 품성 적성 특기 등이 평가기준으로 정착돼야 한다. 셋째, 학부모들도 무턱대고 사교육에 매달릴 일이 아니다. 크고 넓은 안목으로 전인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오늘의 사교육 형태는 대학입시든 품성형성이든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넷째, 사교육비 부담을 부채질하는 사교육기관과 개인은 학부모들의 대학입시 불안심리를 더이상 상업적으로 악용해서는 안된다. 그같은 그릇된 상술이 국가의 미래를 어둡게 할수도있기때문이다. 다섯째, 학교는 공교육을 내실화해야 한다. 공교육인 학교교육에 대한 불신이 학부모들을 사교육에 의존하도록 내몰기 때문이다. 내실 있는 교육을 통해 학부모들의 관심을 공교육으로 유인해야 한다. 가계를 짓누르고 국가경제마저 좀먹는 사교육은 근절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온국민의 합심과 신속한 노력이 절실하다. 「눈치보기식」의 처방으로는 곤란하다. 정형명(부산학부모위원 협의회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