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 기자] 호텔신라의 프랑스식당 라 콘티넨탈의 주방장 임성빈씨(38). 초등교졸의 웨이터에서 출발한 그는 요리사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명예까지 따냈다. 「조리기능장 1호」. 그를 따라다니는 자랑스런 수식어다.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이 주관하는 조리기능장시험은 2급조리사 자격증을 가진 요리사 중 10년 이상의 경력자만 응시할 수 있는 국가고시. 지난 92년 그는 「재수」 끝에 최초로 조리기능장시험에 합격했다. 82년 조리기능장제도가 생긴 후 그때까지 단 한 명도 조리기능장을 배출하지 못했었다. 그가 요리인생을 시작한 것은 17세때. 가정형편상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제과공장 등을 전전하다가 우연히 서울 중앙청 구내식당의 웨이터로 취직한 것이 계기였다. 주방장은 요리에 남다른 관심이 있었던 그를 눈여겨보다 주방일을 시켰다. 그후 여러 식당과 2급호텔 등을 전전하며 요리경력을 쌓아 나갔다. 『요리가 너무 힘들어서 방황도 많이 했죠. 술집에 나가기도 하고…. 하지만 배움도 짧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나름대로 성공할 수 있는 길은 요리뿐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고 요리를 다시 시작했어요』 그는 84년 호텔신라에 입사했다. 당시 호텔신라는 중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주방장을 뽑았기 때문에 그는 뒤늦게 책과 씨름하며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기왕 시작한 요리 인생인 만큼 이 분야의 최고가 되겠다는 욕심에 고입 대입검정고시를 거쳐 경희호텔전문대 조리과를 졸업했다. 그는 최근 재미있는 이벤트를 하나 기획했다. 라 콘티넨탈 개점 20주년을 맞아 4월1일부터 13일까지 70년대와 80년대에 내놓았던 메뉴를 재현해 판매키로 한 것. 국내 프랑스음식의 변천을 한눈에 살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커피와 홍차는 20년전 가격인 20원에, 다른 메뉴도 지금보다 30% 할인한 2천5백∼5만7천원에 판다. 이 호텔을 찾은 국왕이나 공주 등 VIP에게 내놓은 특별메뉴도 「공주메뉴」 「국왕메뉴」라는 이름으로 이번에 일반메뉴로 선보인다. 『20년전에는 말이 프랑스식당이지 각국 음식의 「짬뽕」이었어요. 독일요리 스웨덴요리 심지어 파스타류까지 모두 팔았지요』 사람들 입맛의 변화도 두드러진다. 예전 메뉴를 살펴보면 육류와 어패류의 비율이 7대3정도였으나 요즘은 5대5나 4대6으로 해산물을 선호하는 추세. 소스도 진하고 깊은 맛보다는 가볍고 산뜻한 맛으로 변해왔다. 주요리의 양이 줄어든 대신 장식용 야채가 늘어난 것도 특징. 그는 『국내 양식의 변천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책으로 펴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