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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교집단자살 파문]인터넷 전도…교회도 필요없어

입력 | 1997-03-28 19:56:00


[워싱턴〓홍은택특파원] 예수 부활절(30일)을 며칠 앞두고 미국 랜초 산타페 대저택에서 발견된 37구의 시체 얼굴에는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상징하는 색깔인 보라색의 보자기가 씌워 있었다. 이들이 자살하면서 「집단부활」을 확신했음을 말해주는 이 보자기가 다른 두 명에게서는 보이지 않았다. 3단계로 이뤄진 집단자살에서 가장 나중에 자살, 「교주」로 추정되는 이 두 사람은 다른 신도들의 죽음을 확인한 뒤 플라스틱 봉지를 얼굴에 덮어쓰고 뒤를 따랐다. 「정보화된 인민사원」인 이번 신종 집단자살극의 배경과 동기는 바로 이 두 사람의 비밀을 푸는 데서 시작한다. 아직 구체적인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일각에서는 지난 75년 같은 캘리포니아주에서 활동하던 「더 투(TheTwo)」를 이번 집단자살의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집단자살극을 「기획」한 인터넷 홈페이지 디자인 회사 「하이어 소스(HigherSource)」는 자신의 「천국의 문」 웹사이트에서 「창시자」를 「더 투」라고 규정했다. 그렇다면 한때 창궐하다 수그러든 「더 투」와 유사한 사교(邪敎)가 과학문명이 더욱 진보한 22년 뒤에 집단자살극으로 나타난 이유는 뭘까. 인터넷 작가인 에릭 데이비스는 『인터넷의 본성은 무한하고 영묘해 거의 신성에 가깝다』면서 이같은 본성이 사교와 결합할 때 나타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결과가 바로 이번 자살극이라고 규정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마치 객관적인 사실을 전하는 듯한 인터넷의 마력이 사교에 의해 광범위하게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무장한 교주들은 이제 더이상 교회와 같은 건물을 가질 필요없이 직접 일상 생활속에 파고들고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