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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가속도」「대권」등 경주마 作名사연 갖가지

입력 | 1997-03-28 19:56:00


[이헌 기자] 「무풍지대」 「홀인원」 「월등한」 「미듬직」 「잘한다」 「주가상승」 「대권」 「당선」 「타임머신」 「선덕여왕」…. 외관상 전혀 연관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상의 단어들이 가지는 공통점은 매주말 과천 서울경마장의 주로를 질주하는 경주마들의 이름이라는 점. 현재 서울경마장에서 활약중인 1천3백여마리의 경주마들은 경주마로 데뷔하기전 각자 소속된 마주에 의해 이름을 부여받은 뒤 은퇴후에도 평생 이를 간직하고 살아간다. 말의 수가 많은 만큼 이름이 다양한 것은 당연한 이치. 「외우고 부르기 쉬운 6자이내의 한글」이라는 한국마사회 규정상의 최소조건만 충족하면 작명에 대한 제약은 거의 없다. 초를 다투는 경마의 속성상 경주마 이름가운데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속도와 관련된 표현. 가속도 가속질주 쏜살같이 올스피드 래피드(rapid)와 이탈리아제 스포츠카의 이름을 딴 패러리가 여기 속한다. 1위를 향한 열망이 말이름짓기에 반영되기도 한다. 항상일등 최고야 우세승 선두행진 선두질주 톱러너 앞자리 우두머리 등이 「일등지향형」 말이름의 대표적 케이스. 부의 상징인 금과 은 역시 단골메뉴. 금광 금구슬 금각 황금박스 황금호 골드윙 골드카드 골드쟈키 골든애로우 실버스타 실버벨 등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마주의 개인적인 연고나 취향이 말이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남산 일산 강남 충무로 구반포 등 지명을 딴 말이름은 십중팔구 마주의 현재 거주지나 고향지명에서 온 것들. 또 마주 자신의 기호에 따라 절이름(부석사 법흥사)이나 산(월출산 백암산 토함산) 섬(오륙도) 고개(고모령 이화령) 등이 작명근거가 되기도 한다. 조흥은행소속의 조흥백년과 풀무원식품의 다이어트(상품명)는 법인마주의 성격이 말이름을 결정한 경우. 프리티우먼 무풍지대처럼 영화나 TV드라마의 유명세를 활용한 것도 있다. 성공한 말의 이름중 일부가 다른 말에 전달되는 경우도 있다. 지구대 지구방어대 등은 「지구력」으로 재미를 본 마주가 그후에도 「지구」라는 말을 넣어 작명을 계속한 케이스. 서울마주협회 권동섭부회장은 『말이름중 상당수는 남성적이고 공격적인 성격을 띤 것들』이라며 『힘있는 이름을 가진 말들이 실제경주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는 수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