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용기자] 숭실대 서울캠퍼스 도서관 앞에는 백마부조상이 놓여 있다. 세모진 대리석판의 테두리를 벗어나 힘차게 뛰어오르는 다섯마리 백마. 그러나 백마가 막 바람을 일으키며 지나온 자리와 꿈틀거리는 뒷발 사이의 공간은 뻥 뚫려 있다. 이 대학 魚允培(어윤배)총장은 『이 백마상이 숭실대의 역사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시인 육사가 고대하던 「백마탄 초인」을 길러내겠다는 의지로 1897년 평양에서 「숭실학당」으로 개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대학교육을 시작한 숭실대는 지난 38년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폐교당했다. 그 뒤 16년만인 54년 서울에서 다시 문을 열어 57년 현재의 상도동 캠퍼스로 이전했다. 백마상은 숭실대의 이같은 역사적 지리적 단절을 상징한다. 숭실대는 오래전부터 평양의 옛 캠퍼스를 되찾기 위한 크고 작은 노력들을 구체화했다. 도서관 로비에는 평양캠퍼스 모형이 대형유리관에 보존돼 있어 숭실인들에게 「언젠가 우리들이 돌아갈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또 숭실대 사회봉사관 강의실에는 대동강실 두만강실 등 고향 산천의 이름이 붙어 있다. 어총장은 『서독이 통일을 고대하며 초등학교 강당을 국회의사당으로 사용했던 것처럼 숭실인들은 서울캠퍼스를 평양캠퍼스로 가는 노정의 야전숙소쯤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연변과학기술대학 이사장이기도 한 숭실재단 郭善熙(곽선희)이사장은 현재 평양에 치과병원을 건설중이다. 곽이사장은 지난 3월 중순에도 평양을 다녀왔다. 주로 식량원조를 논의하기 위한 방문이었으나 「고토회복」의 가능성과 방법도 「탐색」했다는 후문이다. 40만평에 이르는 옛 캠퍼스엔 현재 김일성의 부친인 김형직을 기념하는 박물관 소년궁전 소련대사관 등이 들어서 있다. 숭실대는 캠퍼스를 복원한 뒤 중소기업대학원 통상대학원 등 경제관련 대학원과정부터 개설할 생각이다. 통일 이후 북한에서는 경제문제가 가장 시급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 어총장은 『옛 캠퍼스가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없어 딱히 청사진이나 조감도라 할 만한 것은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고 설명하면서 『개교 1백주년 기념일인 오는 10월 10일 「평양캠퍼스 복원기획단」을 발족시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총장의 고향은 지금은 갈 수 없는 강원 통천군 임남면 외염성리. 소금강이 빤히 바라다보이는 바닷가다. 그의 장형과 숙부 일가는 아직 북한에 남아 있다. 따라서 평양캠퍼스 복원은 어총장 자신의 수구초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