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윤상삼특파원]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가 앨 고어 미국 부통령에게 주일미군 감축을 요청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는 오키나와와의 골이 다시 깊어질 것이라는 각오아래 자기 손으로 서명한 안보공동선언에 기초, 美日(미일)협력을 우선시하겠다는 판단일 것이다. 또 오키나와 해병대에 관한 협의는 한반도 정세가 안정적으로 진전되지 않는 한 보류하겠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에서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오키나와 문제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여겨온 하시모토 총리와 오키나와현 오타 마사히데(大田昌秀)지사간의 미묘한 신뢰관계가 손상돼 기지문제의 해결의지를 꺾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지난해 2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하시모토 총리는 스스로 후텐마(普天間)비행장 반환문제를 거론하면서 오키나와 진흥책을 제시했다. 오키나와가 반환된지 4반세기 동안 역대정권이 방치했던 기지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점은 평가할 만하다. 그런데 총리는 『미일 수뇌간에 병력 감축을 거론, 동맹관계를 손상해서는 안된다』는 태도를 보였는데 왜 병력 감축이 동맹관계를 해친다는 말인가. 이케다 유키히코(池田行彦)외상의 『지역정세와 안전보장을 고려해 미군병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발언은 앵무새처럼 말을 되풀이한 것이다. 오키나와 기지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실마리를 찾아보겠다는 열의도 엿볼 수 없다. 동맹국과의 신뢰는 상대의 얼굴색을 살피는데서 생기는 게 아니다. 서로 속내를 드러내며 당당히 싸우는 게 필요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성공한 이유중의 하나는 미국과 유럽이 협상과 타협으로 대립을 극복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