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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마켓/21C 쇼핑]원스톱-통신판매 성행

입력 | 1997-04-01 08:27:00


[이영이 기자] 『아니, 자동차를 직접 타보지도 않고 충동구매를 하면 어떻게 해요』 『충동구매라니, 분명히 내가 직접 자동차를 몰아봤는걸. 게다가 원하는 디자인대로 만들어 주는 주문형 최첨단 전기자동차란 말이야』 2002년 4월 1일. 재택근무 회사원 Q씨(39)는 아침부터 아내와 가벼운 입씨름을 했다. Q씨가 이날 새벽 배달된 「맞춤형 전자신문」에서 멋진 자동차광고를 보고는 즉시 가상쇼핑공간으로 들어가 매매계약을 한 것이 발단이었다. 입체안경이 달린 헬멧과 몸에 꼭맞는 「데이터옷」을 입고 컴퓨터 앞에 서니 눈앞에 자동차 전시장이 활짝 열렸다. 맘에 드는 자동차를 골라 시내를 달려봤다. 상쾌한 바람과 함께 속도감이 짜릿하게 온몸으로 전달됐다. 『안정감이나 속도감은 좋은데 디자인이 좀…』 잠시 망설이는데 어여쁜 점원이 『원하시는 디자인대로 만들어 드릴게요』라며 손목을 잡아끄는 바람에 계약을 하고 말았다. 아직 가상쇼핑에 익숙지 않은 아내는 남편이 혼자 컴퓨터로 자동차를 구입한 것이 못내 섭섭한 표정이었다. 그렇지만 Q씨는 이미 자신의 옷이나 소품까지도 가상쇼핑몰에서 혼자 해결해 왔다. DINK족(자녀가 없는 맞벌이족)인 Q씨부부는 작년 구형 주택을 팔아치우고 재택근무시설에 가상쇼핑기능까지 갖춘 최첨단 임대주택단지로 이사왔다. 1층에는 공동 카페테리아가 있어 번거롭게 식사준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 가전제품이나 가구도 살 필요가 없다. 가상쇼핑공간의 대여전문점에 의뢰만 해두면 매달 최첨단 최신제품으로 교체해 준다. 또 직접 사야 할 상품은 쇼핑목록을 적어 대행업체에 맡기면 된다. 옛날같은 「돈쓰는 재미」는 없어졌지만 Q씨에게는 생활이 여간 편리해진 게 아니다. 그러나 직장에 다니는 아내는 아직도 『쇼핑은 흥정하는 게 제맛』이라고 우긴다. 재래시장은 오래전에 없어졌고 전문점이나 대형할인점들은 오픈프라이스제(판매자가 판매가격을 결정하는 것)로 각기 가격이 다르다. 아내는 늘 똑같은 상표의 간편식과 생필품을 사오지만 한푼이라도 아끼려 상점마다 돌아다니는 통에 한층 더 바빠졌다. Q씨에겐 『편한 것만 찾다가 세상사는 재미가 없어졌다』며 늘 불평이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이날 Q씨부부의 입씨름도 아내의 완승으로 끝났다. 『지난달 당신 전자화폐 결제명세를 보니 웬 술을 그리 많이 마셨어요? 옆집 P씨는 부부가 같이 전시회도 다니고 외식도 한다던데. 당신은 어째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어요』 전자화폐 때문에 또 당했다. 요즘엔 교제비 교통비 식비 할 것 없이 단돈 10원이라도 모두 전자결제 되기 때문에 지출이 한눈에 드러난다. 거래가 투명해지고 떡값 등 뒷거래가 없어졌다지만 아내 몰래 마련한 「비자금」으로 친구들과 한잔 하는 즐거움도 함께 사라진 것이다. Q씨는 이날 저녁 「컴퓨터 비서」가 추천, 예약해준 세계요리 전문식당가에서 아내에게 아프리카 특선요리로 한턱 내고 나서야 궁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저녁식사를 끝내고 나온 Q씨는 왠지 뒤죽박죽이었던 20세기가 그리워졌다. 『아, 옛날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