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진 기자] 『유통업은 더 이상 장사꾼들의 상술(商術)이 아닙니다. 소비자를 현혹하여 바가지를 씌우는 기술이 최고의 상술로 취급받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지요. 21세기를 맞는 유통업은 세계화 정보화물결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첨단산업으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신세계 백화점 姜聲得(강성득)상무가 진단한 유통업의 현재와 미래다. 실제로 변신을 거듭하는 유통업은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제조업을 지배하는 산업의 패권자로 등장할 전망이다. 국내 유통업의 오늘은 한마디로 춘추전국시대다.지난해부터 유통시장이 개방돼 까르푸와 마크로 등 다국적 유통업체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다. 삼성과 대우 등 재벌들이 유통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기존업체들이라고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는다. 롯데 신세계 등 전문업체들은 다점포화와 업태다각화로 맞선다. 남대문시장 등 재래시장들도 재개발을 통해 레저부터 쇼핑까지 즐기는 복합쇼핑몰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구멍가게들도 상호를 KC마트 등으로 통일하여 대형업체들의 공세에 맞서고 있다. 외국계 업체의 약진도 눈에 띈다. 네덜란드 마크로가 지난해 인천점과 중동점 일산점을 개점한데 이어 올해 용인점을 출점할 계획이다. 프랑스 까르푸도 일산 대전점을 개설했다. 영국 막스 앤드 스펜서가 올해안에 자기상표상품(PB)전문점을 개설할 계획이고 미국 월마트도 출점채비를 갖추고 있다. 유통업계의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로 통신판매와 다단계판매 사이버마켓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한솔유통 등 전문통신판매업체는 물론 백화점들도 사이버마켓시장에 뛰어들었다. 롯데는 올해안에 상품 40여만가지를 진열하는 사이버마켓 개설을 목표로 전담팀을 구성하여 실무작업을 추진중이고 신세계는 지난 1월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한데 이어 가상무인판매점도매장을 설치했다. 무점포판매는 몇년간 연평균 30%대의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 속에서 21세기 유통업은 정보화 세계화 복합화로 특징지어질 전망이다. 정보화시대는 인터넷이 사이버스페이스(가상공간)에서 제공하는 가상시장을 새로운 유통업태로 키우고 있다. 「국경없는 세계로의 진전」은 전세계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전략을 요구한다. 미국시장을 제패하고 있는 월마트는 이미 인공위성을 활용하여 전세계를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다. 복합화의 경향은 고객의 모든 욕구를 총체적으로 해결하는 복합종합서비스산업을 만들어간다. 원스톱 쇼핑과 대형복합 쇼핑몰이 바로 그것. 국내에선 롯데가 서울 잠실에 이어 부산에 복합 쇼핑몰을 건설했다. 이에 따라 국내업체들도 21세기에 생존하기 위해 우선 사업무대를 세계로 넓혀가고 있다. 신세계는 중국 상해에 지난해1월 백화점을 연데 이어 올초 할인점을 개점했다. 롯데 등 주요 업체들이 해외사무소를 설치, 해외상품 소싱센터를 강화하고 있다. 「앞으로 3∼5년내 춘추전국시대가 끝나고 대자본과 첨단기술로 무장한 유통업체들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 「백화점과 할인점이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통신기술을 활용한 무점포판매업이 틈새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다」. 유통전문가들의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