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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공동체를 위하여/중간좌담회]『나부터 개혁하자』

입력 | 1997-04-01 08:56:00


▼이현재회장〓국민통합의 의식혁명을 제의한 金炳琯(김병관)동아일보 발행인의 연두제언을 보면서 자칫 흥미위주의 센세이셔널리즘에 빠지기 쉬운 언론에서 의식개혁을 위한 훌륭한 기획을 마련, 국민교육의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경제학자지만 1인당 국민총생산과 같은 물적 지표로 국가발전을 이야기하는 것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보기 때문에 국가발전의 척도로서 「의식의 성숙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요즘 세상을 시끄럽게 만드는 갖가지 사건들은 국가발전이라는 것이 물적인 지표로 설명되는 문제가 아니라 바로 의식의 문제임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결과적으로 동아일보의 이번 「새 공동체를 위하여」시리즈는 매우 시의적절한 기획이 됐습니다. ▼이희경씨〓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기르는 학부모의 입장에서, 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시리즈를 관심있게 보았습니다. 현재의 사회분위기와 시리즈의 문제 제기가 잘 맞아떨어져서 더욱 흥미 있었습니다. 특히 시리즈 첫회에서 우리 사회를 「네 탓만 있는 반칙의 사회」로 규정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 거의 바닥에 떨어져 있는 지도층의 도덕성도 결국 국민 개개인의 도덕성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따라서 바로 나 자신의 변화가 사회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에서 신선한 문제 제기였다고 봅니다. ▼정주섭교장〓저는 시리즈 기사를 본 뒤 편지로 의견을 보낸 독자중의 한 사람으로 이번 시리즈는 전국민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기획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동아일보의 사회적 영향력을 확인한 셈이지요. 교육자로서 「1등이 아니면 안된다」는 1등병에 관한 기사가 특히 감명 깊었습니다. 흔히 학교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가정에서부터, 어려서부터 인성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공동체 의식이란 결국 「더불어 함께 사는 의식」을 말하는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정직하라」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마라」가 가정교육의 핵심이라고 합니다.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서는 이같은 가정교육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시민정신은 희생이 바탕] ▼이회장〓좋은 지적입니다. 앨빈 토플러가 말했듯이 사회가 다양화하면서 다수결을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는 수정돼야 할 시기에 이르렀습니다. 의견이 다양하므로 다수결이 나올 수 없는 것이지요. 다양화 사회가 「제멋대로」 굴러가지 않도록 하려면 공동체 의식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이같은 공동체 의식이란 민주사회에서의 시민정신을 뜻합니다. 합리적 사고와 전통적 윤리가 조화된 시민정신을 의미하지요. 결국 각자가 「자기희생」을 부분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희생이란 서로 양보하고 남보다 앞장서서 장애물을 치우는 호양(互讓)정신을 뜻합니다. ▼이씨〓공동체 속에서 타인과 더불어 잘 살기 위해서는 우선 개인의 독립성과 주체성 확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자신이 선택한 결과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의미지요. 학부모가 교사에게 촌지를 줄 것이냐, 선거에서 어떤 사람을 뽑을 것이냐 등의 문제에 부닥칠 때마다 「내가 열흘전, 아니 10년전에 했던 일의 결과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의식하면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는 결국 나를 포함한 개인이 저지른 것의 결과이고 사회 변화도 나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의식이 가장 먼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정교장〓바로 자기 자신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얘기지요. 자신을 존중해야 타인도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니 기초질서부터 다시 한번 실천해 나가야 할 일입니다. 개인의 정직, 가정의 순결, 사회공동체의 윤리, 인류의 사랑과 같은 도덕재무장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무실역행」정신 되새겨야] ▼이회장〓저는 초등학교에서 영어교육 시키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직교육」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과거 미국에서 닉슨대통령을 탄핵소추할 때 「다른 것은 몰라도 대통령이 거짓말하는 것은 안된다」는 의견이 대세였지 않습니까. 최근 사회를 어지럽히는 일련의 사태들도 정직교육만 제대로 됐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들입니다. ▼정교장〓도산 안창호선생은 「꿈에서도 거짓말을 하지 말자」와 「주인정신」을 강조했습니다. 정직성과 주인정신이 공동체 의식의 기초입니다. 도산선생의 무실역행(務實力行)이 실천된다면 우리사회의 거품도 많이 사라질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씨〓앞서 교육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우리 아이들을 보면 유치원에서 「거짓말하지 마라」 「교통질서를 잘 지켜야 한다」고 배운대로 잘 합니다. 그런데 무엇이 잘못돼서 우리 사회가 이 지경까지 됐을까요. ▼정교장〓경제발전의 지수를 높이는데만 힘쓰다보니 정경유착이 되고 정신적 발전에 소홀한 것이 큰 원인이 아니겠습니까. ▼이회장〓일반적으로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가 되면 어느 나라든 절제가 사라지고 부적절한 투자와 과소비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개발위주시대에 보였던 가난 극복의 의욕이 사라졌기 때문이지요. 이 때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나라도 있고 국민의 절제로 슬기롭게 극복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이씨〓사실 10년전 6.10항쟁과 6.29선언이 나왔을 때만 해도 이제 뭔가 해볼 수 있겠다는 국민의 자발적 에너지가 용솟음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직선 대통령에게 두번이나 「배신」당하고 나니 「나혼자 노력해서는 될 수 없다」는 허탈감마저 듭니다. 10년전 개혁을 위한 국민의 에너지가 시민운동을 통한 사회적 정치적 참여로 이어지지 못한 탓에 요즘같이 허탈한 상황을 낳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요즘은 이민가고 싶다는 사람이 많다지요. [지도층 도덕재무장 필요] ▼정교장〓의식은 이미 갖춰져 있는데 알면서도 실천을 하지 않으니 큰 일입니다. 의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실천과 행동을 중심으로 한 운동이 이뤄져야 할텐데 말이죠. ▼이씨〓내가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사회적 부담 또는 경제적 손실이 결국 내게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피부에 와 닿는 기사로 써주면 어떨까요. 또 문제를 제기하는 캠페인에서 더 나아가 실천적 대안을 제시했으면 합니다. 「촌지를 주지 말자」 등의 구체적 실천방안이나 「우리가 고쳐야 할 것」 등의 독자대상 설문조사를 제의하고 싶습니다. ▼정교장〓물론 의식개혁의 시작은 개인부터, 작은 일부터 해나가야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지도자의 수범적 자세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지도층의 언행일치가 이뤄져야 작금의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상대적 빈곤감과 소외감 위화감을 촉발하는 행동을 자제해야 해요. ▼이회장〓그렇습니다. 이제는 실천이 필요한 때입니다. 누가 먼저 할 것이냐가 중요한데 대통령을 비롯, 각계의 지도층이 나서서 진정한 시범을 보여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국민이 따라오고 의식개혁이 뿌리내리게 됩니다. 지도자에게는 무한책임이 있습니다. 그들이 앞장서지 않고 국민에게 「해라」하고 외친다면 설득력이 없지요. 우선 지도층을 대상으로 「법질서」를 아주 냉정하게 운영하면 이것이 관습화되고 일반화될 것입니다. 의식개혁도 따라오겠지요. 동아일보의 「새 공동체를 위하여」 시리즈가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참석자] 李賢宰(이현재·68·학술원회장) 丁胄燮(정주섭·65·서울용산고교장) 李禧京(이희경·36·라이포시간관리 컨설팅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