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하 기자] 택지개발로 사라져버린 마을의 원주민들이 다시 모여 마을의 화합을 비는 도당제를 올린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 신투리 택지개발지구 원주민들과 지역단체는 오는 13일 목동아파트 11단지 건너편 신투리 도당산에서 20여년전에 맥이 끊긴 도당제를 올리기로 했다. 도당산은 옛날 도성과 그 주변에 있던 큰 당산으로 마을 사람들이 모여 묵은 살(煞)을 풀고 복과 화목을 기원하는 제를 지내던 곳. 23대째 신투리에서 살아온 토박이 孫得壽(손득수·62)씨는 『1년에 두차례 1주일에 걸쳐 도당제를 지냈는데 이때는 부근 사람들이 다 모여 온 산이 하얗게 덮일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고 회고했다. 도당제의 맥이 끊긴 것은 20여년전 외지인이 늘어나면서 부터다. 신투리 1백50여가구는 절반이 여러 대에 걸친 토박이들로 구성돼 어느 마을보다 인정이 깊은 공동체였다. 그러나 서울시가 이곳을 택지로 개발하면서 토지 수용에 대한 찬반, 보상금액의 다소를 놓고 주민들간에 반목과 불화가 깊어졌고 결국은 뿔뿔이 흩어졌다. 지난해 택지 조성공사가 시작되면서 도당산의 수백년된 당산목도 잘려 나갔다. 이렇게 되자 인근 신정동 목동 고척동 등지로 이사해 살고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도당제를 부활해 마을의 뿌리를 찾자는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신투리 주민인 향토사학자 韓宗燮(한종섭·54)씨는 『이날 도당제에서 마을 사람들이 당산목을 새로 심고 도당제를 올리며 화해의 한마당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