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표·이호갑기자] 金賢哲(김현철)씨의 「2천억원 리베이트 수수설」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하고 있지만 결과를 낙관할 수 없어 검찰이 고민중이다. 검찰은 한보철강이 제철설비를 도입하는 과정에 관여한 국내중개상을 조사한데 이어 조사대상을 외국설비판매회사로까지 확대하기로 하는 등 외견상 적극적인 수사의지를 보이고 있다. 검찰은 이번주중에 한보철강에 제철설비를 판매한 독일의 SMS사와 오스트리아의 푀스트알피네, 일본의 고베철강 등을 상대로 실제 판매대금과 판매경위 등을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검찰은 이에 앞서 지난 2월말과 지난달 25일 두차례에 걸쳐 국내의 제철설비 중개상인 구산상사 손영일부사장과 크로바교역 전기명대표를 불러 리베이트 수수설에 대해 조사했다. 그러나 조사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검찰내부의 분석이다. 검찰관계자에 따르면 SMS사는 압연설비만 공급했고 공급액도 2천6백억원 정도에 불과했다는 것. 이때문에 검찰은 2천억원을 리베이트로 제공했을 가능성은 높지않다고 잠정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 외국기업들은 컨소시엄 형태로 한보에 설비를 공급했기 때문에 순수하게 SMS사에 들어간 돈은 2천억원도 안돼 수사는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했다. 또 지난달 21일 현철씨의 측근이자 자금관리인으로 알려진 ㈜심우 대표 朴泰重(박태중)씨의 집과 회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도 별다른 단서를 잡지 못했다는 것이 검찰의 공식입장이다. 검찰은 또 설비도입 과정에 박씨가 개입했다는 흔적도 아직은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검찰이 외국기업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수사의지를 내보인 것은 무엇보다도 「축소수사」라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월말 국내중개상 등에 대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지난달 21일 박씨의 집과 회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면서 『박씨가 한보철강의 열연설비 도입시 SMS사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2천억원을 받아 현철씨에게 제공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영장을 청구한다』고 밝혔었다. 이때문에 현철씨의 2천억원 수수설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증폭됐고 검찰로서는 어떤 형태로든지 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즉 현철씨의 2천억원 수수설을 명확히 해명하지 않고서는 한보사건 1차 수사 때처럼 「은폐수사」라는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이 진상을 밝히기 위해 『최선은 다했다』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외국회사의 리베이트 제공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외국기업이 한국 검찰의 수사에 응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혀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검찰은 설비도입과 관련, 국내외 관계자들에 대한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수사를 하다보면 뭔가 꼬투리가 잡힐 수도 있다는데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는 셈이다.